[이슈+] 2만대 밀린 GV80, 멈춰선 공장…"내 차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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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주문만 2만대…이미 6개월치 밀려
▽ 부품 즉각 대체 '무리'…美수출 물량 대기
▽ 폐렴 확산 우려도…중국 보건당국 손에
▽ 부품 즉각 대체 '무리'…美수출 물량 대기
▽ 폐렴 확산 우려도…중국 보건당국 손에
제네시스 GV80을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 2공장이 7일부터 가동을 멈춘다. 지난달 출시된 GV80을 주문한 고객들이 차량을 받아볼 수 있는 시기도 함께 늦춰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4일부터 7일까지 전 생산공장의 순차적 휴업을 단행한다. 휴업은 11일까지로 예정됐지만,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전파 양상에 따라 길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현대차가 휴업에 들어간 이유는 차량 제조에 필요한 배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이 끊긴 탓이다. 현대차 협력사들은 국내에서 전선을 만든 뒤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이송해 수작업으로 전선을 엮어 배선 뭉치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선 뭉치가 다시 국내로 반입돼 차량 제조 과정에 사용된다.
◇ 멈춰선 공장…11일 정상가동 어려울 전망
와이어링 하니스는 차종은 물론 트림과 사양에 따라 모양과 부피가 제각각이다. 때문에 현대차는 다른 부품처럼 대량의 재고를 비축하지 못했고, 대신 수급처를 '유라코퍼레이션', '경신', '티에이치엔' 등 3곳으로 다양화했다. 다만 국내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한 협력사들이 제조 과정 일부를 중국 공장으로 돌렸는데, 중국 정부가 우한 폐렴을 이유로 춘제(중국의 설) 연휴기간을 늘리고 일부 공장 직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등의 이유로 현지 공장이 폐쇄됐다.
공장이 폐쇄되며 부품 공급이 끊겼고, 현대차의 완성차 공장들도 가동을 멈춰버렸다. 현대차는 협력사 국내 공장에서 와이어링 하니스를 제작하고 동남아에서 조달하는 한편, 춘제 연휴 이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최대한 빨리 국내로 이송한다는 대책을 세웠다. GV80용 와이어링 하니스를 최우선으로 확보하겠다고도 밝혔다. 다만 현대차의 계획대로 부품 조달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그간 공급량의 80% 이상을 협력사들의 중국 공장에 의존한 만큼 국내 공장에서 이를 단시간 내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
자동차는 완성차 개발 단계부터 협력사들이 함께 기술 개발을 진행하기에 단시간 내 새로운 협력사를 찾아 부품을 조달하기도 쉽지 않다. 부품의 품질과 안전문제, 생산능력 등을 감안하면 어려움이 더 많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협력사의 중국 공장을 정상화해 와이어링 하니스를 공급받으면서 지역별로 부품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작업을 장기간에 걸쳐 진행하는 것이다. 이 역시 원인이 된 우한 폐렴이 진정세를 보여야 가능하지만,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이 3월 정점을 찍고 5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우한 폐렴은 전염성이 강한 만큼 9일 춘제 연휴가 끝났다고 해서 공장이 즉시 정상 가동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의 휴업 기간이 더 길어지거나, 생산을 재개하더라도 평소보다 적은 물량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밀린 주문 2만대, 9월부턴 미국 수출
제네시스 GV80은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지난달 15일 공개 당일에만 1만5000대 계약이 몰렸고 3일 만에 2만대를 넘어섰다. 설 연휴가 끝났기에 주문량은 지속해 늘어나는 추세다.
당초 현대차는 울산 2공장에서 이달까지 월 2000대, 내달부터 월 4000대를 생산해 출고 적체를 해소한다는 방침이었다. 현대차 실적 자료 등에 따르면 1월에는 GV80 고객 인도가 이뤄지지 않았고 관련 부품 양산도 1월 넷째 주에 시작됐다. 설 연휴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1월 생산량은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가 GV80을 2월 2000대, 3월부터 매달 4000대씩 생산하더라도 기존 계약분인 2만대를 모두 공급하려면 7월은 되어야 한다. 9월부터는 매달 2000대가 미국 등지로 수출될 예정이기에 내수 시장 물량은 다시 2000대로 줄어든다. 생산량을 더 늘리기도 쉽지 않다. GV80을 생산하는 울산 2공장에서는 팰리세이드, 신형 투싼, 싼타페 등 인기 모델과 신형 모델이 몰려있기에 어느 한 모델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7~10일 예정된 휴업으로 생산이 연기되는 GV80은 약 200대 규모로 추산된다. 다만 10일 이후 와이어링 하니스의 국내 생산과 동남아 등지의 신규 협력사 확보로 중국 공장을 대체할 수준의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10일부터 중국 공장이 정상 가동되더라도 이 물량은 그 다음 주에나 국내에 도착할 전망이다. 이 경우 GV80 생산 차질은 600~700대 수준으로 확대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의 견해대로 우한 폐렴이 5월까지 이어진다면 중국 공장 가동 정상화 시기도 그에 맞물려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자연스레 GV80 생산량 감소와 출고 지연으로 이어진다. GV80의 생산량 정상화의 열쇠는 중국 보건당국이 쥐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춘제 연휴가 끝난 후 중국인들의 귀경길부터가 질병 확산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이 시기 중국 보건당국이 방역에 실패하면 걷잡을 수 없도록 질병이 퍼지게 된다. 이 경우 현지 공장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긴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현대차는 4일부터 7일까지 전 생산공장의 순차적 휴업을 단행한다. 휴업은 11일까지로 예정됐지만,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전파 양상에 따라 길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현대차가 휴업에 들어간 이유는 차량 제조에 필요한 배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이 끊긴 탓이다. 현대차 협력사들은 국내에서 전선을 만든 뒤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이송해 수작업으로 전선을 엮어 배선 뭉치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선 뭉치가 다시 국내로 반입돼 차량 제조 과정에 사용된다.
◇ 멈춰선 공장…11일 정상가동 어려울 전망
와이어링 하니스는 차종은 물론 트림과 사양에 따라 모양과 부피가 제각각이다. 때문에 현대차는 다른 부품처럼 대량의 재고를 비축하지 못했고, 대신 수급처를 '유라코퍼레이션', '경신', '티에이치엔' 등 3곳으로 다양화했다. 다만 국내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한 협력사들이 제조 과정 일부를 중국 공장으로 돌렸는데, 중국 정부가 우한 폐렴을 이유로 춘제(중국의 설) 연휴기간을 늘리고 일부 공장 직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등의 이유로 현지 공장이 폐쇄됐다.
공장이 폐쇄되며 부품 공급이 끊겼고, 현대차의 완성차 공장들도 가동을 멈춰버렸다. 현대차는 협력사 국내 공장에서 와이어링 하니스를 제작하고 동남아에서 조달하는 한편, 춘제 연휴 이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최대한 빨리 국내로 이송한다는 대책을 세웠다. GV80용 와이어링 하니스를 최우선으로 확보하겠다고도 밝혔다. 다만 현대차의 계획대로 부품 조달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그간 공급량의 80% 이상을 협력사들의 중국 공장에 의존한 만큼 국내 공장에서 이를 단시간 내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
자동차는 완성차 개발 단계부터 협력사들이 함께 기술 개발을 진행하기에 단시간 내 새로운 협력사를 찾아 부품을 조달하기도 쉽지 않다. 부품의 품질과 안전문제, 생산능력 등을 감안하면 어려움이 더 많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협력사의 중국 공장을 정상화해 와이어링 하니스를 공급받으면서 지역별로 부품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작업을 장기간에 걸쳐 진행하는 것이다. 이 역시 원인이 된 우한 폐렴이 진정세를 보여야 가능하지만,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이 3월 정점을 찍고 5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우한 폐렴은 전염성이 강한 만큼 9일 춘제 연휴가 끝났다고 해서 공장이 즉시 정상 가동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의 휴업 기간이 더 길어지거나, 생산을 재개하더라도 평소보다 적은 물량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밀린 주문 2만대, 9월부턴 미국 수출
제네시스 GV80은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지난달 15일 공개 당일에만 1만5000대 계약이 몰렸고 3일 만에 2만대를 넘어섰다. 설 연휴가 끝났기에 주문량은 지속해 늘어나는 추세다.
당초 현대차는 울산 2공장에서 이달까지 월 2000대, 내달부터 월 4000대를 생산해 출고 적체를 해소한다는 방침이었다. 현대차 실적 자료 등에 따르면 1월에는 GV80 고객 인도가 이뤄지지 않았고 관련 부품 양산도 1월 넷째 주에 시작됐다. 설 연휴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1월 생산량은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가 GV80을 2월 2000대, 3월부터 매달 4000대씩 생산하더라도 기존 계약분인 2만대를 모두 공급하려면 7월은 되어야 한다. 9월부터는 매달 2000대가 미국 등지로 수출될 예정이기에 내수 시장 물량은 다시 2000대로 줄어든다. 생산량을 더 늘리기도 쉽지 않다. GV80을 생산하는 울산 2공장에서는 팰리세이드, 신형 투싼, 싼타페 등 인기 모델과 신형 모델이 몰려있기에 어느 한 모델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7~10일 예정된 휴업으로 생산이 연기되는 GV80은 약 200대 규모로 추산된다. 다만 10일 이후 와이어링 하니스의 국내 생산과 동남아 등지의 신규 협력사 확보로 중국 공장을 대체할 수준의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10일부터 중국 공장이 정상 가동되더라도 이 물량은 그 다음 주에나 국내에 도착할 전망이다. 이 경우 GV80 생산 차질은 600~700대 수준으로 확대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의 견해대로 우한 폐렴이 5월까지 이어진다면 중국 공장 가동 정상화 시기도 그에 맞물려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자연스레 GV80 생산량 감소와 출고 지연으로 이어진다. GV80의 생산량 정상화의 열쇠는 중국 보건당국이 쥐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춘제 연휴가 끝난 후 중국인들의 귀경길부터가 질병 확산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이 시기 중국 보건당국이 방역에 실패하면 걷잡을 수 없도록 질병이 퍼지게 된다. 이 경우 현지 공장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긴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