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우리는 마침내 동맹국들이 공정한 몫을 내도록 돕고 있다”고 말하며 동맹국의 방위비 증액을 또다시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의회에서 한 연설에서 “나는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로부터 4000억달러 이상의 분담금을 거뒀고 최소한의 의무를 충족하는 동맹국 수는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과 11차 방위비분담금 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하고 있는 한국에 상당한 압력으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북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경제 치적을 자랑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7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고 1만2000개 공장이 새로 세워졌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대선 때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순간부터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재빨리 움직였다”며 “일자리 창출을 막는 기록적으로 많던 규제를 철폐하고, 역사적 세금 감면을 시행했으며, 공정하고 상호적인 무역협정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국경의 안전을 위해 전례 없는 노력을 기울여 작년 5월 이후 불법 월경이 75% 감소했다”며 반(反)이민 정책의 성과도 과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곳곳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깜짝 손님’으로 온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소개하며 그는 “사회주의는 국가를 망친다. 자유가 영혼을 하나로 만든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했다. 또 저렴하고 품질 높은 의료보험 시스템을 약속하면서 “결코 사회주의가 미국의 의료보험을 파괴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공약으로 내건 공영 의료보험을 겨냥한 비판이다.

이날 국정연설은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상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최종 표결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이뤄졌다. 상원은 5일 탄핵 찬반 투표를 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하원에서 탄핵 가결을 주도한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연단에 오를 때 펠로시 의장이 악수를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외면했다. 펠로시 의장은 연설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연설원고를 찢어 책상에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단을 내려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