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뒤로 한채 출마지 놓고 '장고'…당 총선전략 스텝 꼬여
홍준표·김태호·TK에 令 안 서는 모습…'황교앙' 희화화도
'좌고우면' 황교안 리더십 흔들…공관위선 "黃일병 구하기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4·15 총선 출마지 선택이 갈수록 늦어지면서 오히려 리더십 논란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황 대표가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하고서도 한 달 넘게 여러 지역구를 '간'만 보는 듯한 모습에 한국당의 전체 총선 전략도 스텝이 꼬이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 그의 결단력을 희화화하는 기류까지 생기면서 당내에선 과연 황 대표의 '햄릿형 리더십'이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5일 회의를 열어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여부를 논의했으나 또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공관위원들과 개별 논의를 거쳐 황 대표 등 주요 주자의 출마지를 일괄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발표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이미 황 대표의 출마지 고민은 한 달이 넘었다.

그는 지난달 3일 광화문 집회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했다.

당시만 해도 그의 결단이 이렇게 늦어지리라고는 예상하긴 어려웠다.

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험지에 대한 검토를 끝내놓고 출마를 선언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황 대표는 반대로 출마 선언 후 험지를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초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지만, 황 대표는 그간 출마지를 묻는 말에 "당이 필요한 곳으로 가겠다" 등으로 즉답을 피해왔다.

그러는 사이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종로 출마를 선점했고, 무소속 이정현 의원까지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황 대표로서는 타이밍을 놓친 셈이다.

더군다나 당에서 용산, 양천, 구로, 마포 등에서 황 대표의 출마를 가정해 여론조사를 돌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제는 종로에서의 정면 대결도 피하는 모습이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용산, 양천을 어떻게 험지라 볼 수 있느냐"며 "결국 종로에서 질 것 같으니 다른 곳을 기웃거리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다른 의원은 통화에서 "이제 종로가 아닌 곳을 나가는 것은 전부 험지를 피하는 꼴이 돼 버렸다"며 "외통수에 걸렸다"고 말했다.

이러한 황 대표의 모습은 "잔머리 굴리면 '황교활'에 '황교앙'된다"(전여옥 전 의원)는 등으로 조롱까지 받는 상황이다.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지지율 역시 내림세다.

'좌고우면' 황교안 리더십 흔들…공관위선 "黃일병 구하기냐"
황 대표를 비롯해 주요 주자들의 전략 배치 등 공천 전략뿐 아니라 황 대표의 리더십마저 흔들린다는 지적도 거세다.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경우 당으로부터 '험지 출마'를 거듭 압박받으면서도 '고향 출마'를 고수하는 중이다.

대대적 '물갈이' 기류에 반발 중인 대구·경북(TK) 의원 일부는 지난 의원총회에서 "대표 개인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낮지 않으냐"고 공개 발언했다.

황 대표가 스스로 험지 출마 약속 앞에서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더는 영(令)이 서지 않게 된 모양새이다.

이날 공관위 역시 황 대표를 종로에 출마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다른 중진 혹은 신인을 내보내자는 의견 등이 맞부딪치며 논의의 진도가 나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주장하는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의 경우 회의가 끝난 뒤 "황교안 일병 구하기 회의"라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황 대표가 리더십 논란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불출마밖에는 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황 대표가 총선이 끝난 이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 결과에 따라 공석이 된 지역의 재보궐 선거를 노릴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비례대표 뒷순위 번호를 받은 뒤 전국을 누비며 당의 전체적인 총선 승리를 이끄는 게 낫다는 제안도 나온다.

다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응해 한국당 비례대표 후보는 자매정당 미래한국당으로 출마하기로 한 만큼 당 대표가 '이적'을 해야 하는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