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특파원 中격리생활기] ④ 14일만에 만난 세상은 '격리도시'로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놀랍도록 바뀐 상하이 거리…엘리베이터 단추들 비닐로 덮어놓아
    마스크 쓰고 장갑 낀 채 장 보는 손님, 보호 안경 쓴 계산원
    [특파원 中격리생활기] ④ 14일만에 만난 세상은 '격리도시'로
    오늘은 기다리던 '출소일'입니다.

    우한(武漢) 취재를 떠났다가 지난달 22일 상하이(上海)로 돌아왔으니 이날로 꼭 14일이 흘렀습니다.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방호복에 고글을 쓴 사람이 제 방 앞에 찾아옵니다.

    자기 앞에서 체온을 재 보여달라고 합니다.

    마지막 시험입니다.

    체온이 조금이라도 높으면 여기 '집중 관찰 시설'에 더 남아야 할 겁니다.

    체온계를 귀에 꽂고 결과가 나왔음을 알리는 '삐' 소리가 날 때까지 흐르는 2∼3초. 마치 초고속 카메라가 찍은 화면처럼 아주 천천히 지나갑니다.

    체온계가 가리킨 숫자는 정상 범위인 36.4도.
    저는 여행 가방을 끌면서 방호복을 입은 사람을 따라 복도 끝 비상계단 입구로 향합니다.

    세상으로 다시 연결되는 출구입니다.

    방호복을 입은 사람은 비상구 문을 열고 저에게 손을 내밀라고 합니다.

    손 소독제를 뿌려 줍니다.

    '안의 세상'에서 '바깥 세상'으로 나가는 데 치르는 의식처럼 느껴집니다.

    그는 그러고는 '상하이 위생서비스 센터' 명의로 된 둥근 공공기관 도장이 찍힌 '건강 관찰 해제 통지서' 한 장을 제게 건넵니다.

    그는 "밖에 나가도 감염 위험이 늘 있으니 항상 건강에 유의하세요"라고 당부를 합니다.

    저도 궁금해집니다.

    과연 지금 나오는 이 건물 안과 바깥 중 어느 곳이 더 안전한지 말입니다.

    이날 오후 5시를 기준으로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는 벌써 2만4천413명. 이 중 49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가 있는 상하이시에서도 확진 환자 243명이 나왔습니다.

    2주 만에 자유롭게 걷는 상하이의 거리 풍경은 다른 '평행 세계'에 온 것처럼 부쩍 달라져 있습니다.

    오전 9시가 다 됐는데도 이른 새벽처럼 넓은 도로는 한산합니다.

    새벽처럼 주변의 나무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가 크게 울려 퍼져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분위기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짐을 잔뜩 들고 들어가려 하자 경비원들이 길을 막아 세웁니다.

    얼굴을 알지만 어디서 왔는지 항공권 같은 증빙 자료를 내놓아야 들어갈 수 있다는 겁니다.

    아침에 받은 '관찰 해제 통지서'를 보여주자 그제야 대문을 열어 줍니다.

    아파트 정문 앞에는 '반(半) 봉쇄식 관리'에 들어간다는 공고가 붙어 있습니다.

    정문 앞에는 안에 들어오지 못한 택배 기사들이 놓은 물건들이 잔뜩 쌓여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파원 中격리생활기] ④ 14일만에 만난 세상은 '격리도시'로
    엘리베이터 버튼들 위에는 비닐이 씌워 있습니다.

    그다지 과학적인 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 모를 손 접촉에 의한 감염을 줄여 보겠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한 듯합니다.

    얼른 몸부터 씻고 격리 시설에서 쓰다 가져온 모든 물건을 펼쳐놓고 하나씩 소독제를 묻혀 닦아봅니다.

    입었던 옷들을 빨고, 좀 낡았다 싶은 것들은 그냥 내다 버립니다.

    집에 먹을 것이 있어야 하니 장을 보러 잠시 나갔습니다.

    집 근처에서 걸어갈 수 있는 가게들은 모조리 문을 닫았길래 가장 가까운 백화점 지하 슈퍼마켓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백화점 문을 열었지만 1층엔 손님보다 지키는 직원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입구마다 선 경비원들은 손에 체온계를 들고 들어오는 손님의 체온을 잽니다.

    지하 1층 슈퍼마켓에서는 그나마 먹을 것을 사러 오는 손님이 조금 눈에 띕니다.

    마스크는 기본. 맨손으로 만지기 찝찝했는지 일회용 장갑을 끼고 카트를 미는 손님들이 자주 보입니다.

    계산대의 직원 역시 마스크도 모자라 눈 보호용 안경까지 쓰고 있습니다.

    [특파원 中격리생활기] ④ 14일만에 만난 세상은 '격리도시'로
    평소에 사람들로 넘쳤던 거리가 한산해진 지금, 2천만 상하이의 시민들은 대부분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14억 중국인들 중 상당수가 마찬가지일 겁니다.

    후베이성을 벗어나 이제 항저우(杭州) 등 많은 동부 연안 도시들까지 주민들의 외출을 금지하고 이틀에 한 번, 한 명만 먹을 것을 사러 밖에 나가는 것을 허용할 정도로 상황은 악화일로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속에서 중국 전역이 거대한 '격리 도시'로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극적인 병의 확산 속에서 많은 이들의 생사와 운명이 엇갈립니다.

    이 새로운 바이러스는 국경이라는 인간이 정해 놓은 벽을 넘어 한국으로, 일본으로, 태국으로, 미국으로, 유럽으로 퍼져 인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강타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앞으로 미국을 넘어서는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꿈을 꾸는 중국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지켜볼 일입니다.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추이에 우리가 큰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제 '격리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몇 편이 이어지는 동안 많은 독자분들로부터 과분한 격려를 받았습니다.

    크게 위로받고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격리기'는 이제 끝나지만 중국에서 보고, 듣고, 생각하고, 쓰는 저의 일은 언제나처럼 계속됩니다.

    마지막으로 제 회사 얘기로 끝을 맺을까 합니다.

    연합뉴스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입니다.

    뉴스통신사라는 언론사 역할에다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개별 언론사가 하기 어려운 공적 기능을 더 하면서 나랏돈을 일부 받는 대신 그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하는 언론사라는 것이지요.

    저도 보통의 사람인지라 굳이 위험할 것 같은(솔직히 그때는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지만) 우한에 들어가겠다고 먼저 손을 들 필요가 있나 고민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하지만 나중에 행여 '연합뉴스가 그때 뭐했나'라는 소리만은 듣고 싶지는 않았다는 게 차라리 제 솔직한 심정이었을 겁니다.

    독자들께서 보시기에 부족함이 너무나 많겠습니다만 이 자리를 빌려 그래도 많은 연합뉴스 기자들이 이 책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 애쓰고 있다는 점을 한 번 말씀드려보고 싶었습니다.

    /연합뉴스

    ADVERTISEMENT

    1. 1

      경찰 "김건희 특검 144건 인수…40여명 투입해 후속 수사"

      경찰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사건번호 기준 144건을 인수하고 40여명의 수사팀을 구성해 후속 수사에 착수했다.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김건희 특검의 잔여사건을 인수한 수사3팀 팀장은 김우섭 경찰청 안보수사1과장(총경)이 맡았다.앞서 작년 11월에 순직해병 특검 사건을 인수한 1팀은 지금까지 참고인 18명에 대해 조사했고, 피의자들에 대하 추가 압수수색 등도 검토 중이다.내란특검 사건을 수사하는 2팀은 이번 주중 고발인 등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한편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발표한 총경 전보 인사에 대해 "정부 출범에 따라 국정과제 추진과 업무 동력 확보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주요 보직을 밭았던 인물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성과와 능력에 중심을 뒀고, 지휘관 추천이나 공직관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시했다”고 반박했다.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2. 2

      희소·중증난치질환, 의료비 부담 절반으로 단계적 인하한다

      정부가 고액 의료비가 드는 희소·중증난치질환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을 10%에서 5%로 단계적으로 인하한다. 희소질환 치료제의 건보 적용에 걸리는 기간도 240일에서 100일로 절반 이상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 희소·중증난치질환 진료비 부담↓…재등록 절차도 폐지보건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등과 함께 이러한 내용의 ‘희소·중증난치질환 지원 강화방안’을 마련해 5일 발표했다. 희소질환과 중증난치질환은 △완치가 어려워 고액 의료비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희소한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제를 구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건보 본인부담률은 외래 진료 시 30% 수준이다. 다만 중증질환자 고액진료 부담 완화를 위해 건보 본인부담률을 완화하는 ‘산정특례’ 제도 대상인 희소·중증 난치질환은 10%, 암은 5%만 부담하면 된다. 2025년 기준 희소질환 1314개, 중증난치질환 208개가 산정특례 적용 대상이었다.정부는 희소·중증 난치질환의 고액 진료비에 대한 건보 본인부담률을 현행 10%에서 5%로 단계적으로 인하한다. 현재 본인부담 일정 금액 초과분을 사후 환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올해 상반기 중 구체적인 인하 방안을 마련해 하반기에 시행할 예정이다. 산정특례 적용 대상 희소질환은 선천성 기능성 단장증후군 등 70개 질환을 추가해 확대한다.희소·중증난치질환의 지속적인 산정특례 적용을 위해 5년마다 해야 했던 재등록 절차도 환자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그간 희소질환 285개, 중증난치질환 27개에 대해서는 산정특례 재등록 시 별도의 검사 결과를 요구했으나

    3. 3

      '만취' 20대女, 벤츠 몰고 철길 뛰어들어…열차와 충돌

      서울 용산구 서빙고에서 음주운전 승용차가 경의중앙선 열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나 전철 승객 31명이 대피했다.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음주운전 혐의로 20대 여성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전날 오후 11시 55분께 용산구 이촌한강공원 1주차장에서 서빙고 북부 건널목 철로로 빠질 때까지 음주 상태로 차를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A씨가 운전하던 승용차는 철로로 빠져 한남역에서 서빙고역으로 이동하던 경의중앙선 열차와 충돌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음주 측정한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인 0.08%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이 사고로 열차 승객 31명이 대피했다. 해당 열차를 비롯해 운행에 지장이 생긴 고속열차 2대, 전동열차 2대의 이용객은 코레일 직원의 안내에 따라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귀가했다.충돌로 승용차가 열차에 끼이면서 경의중앙선 열차 우측 전면과 승용차 우측 후면이 파손됐다. 경찰은 레커차로 사고 차를 견인한 것으로 전해졌다.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