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정보 유출·방역 체계 허술·대응 미비 등 곳곳 아쉬움
말로는 '과잉 대응', 현장 '기본도 소홀'…신종코로나 방역 허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6번째 환자에 이어 그의 딸(18번째), 오빠(22번째)가 하루 간격으로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아 광주·전남 지역 사회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 당국은 무서운 확산세에 긴장하며 '지나치다 싶은 방역'을 강조하지만, 곳곳에서 기본마저 놓친 듯한 모습을 노출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전국 16번째이자 광주 첫 신종코로나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 4일부터 관리 체계의 허점은 드러났다.

확진 판정 발표가 나오자마자 환자는 물론 가족들의 개인 정보를 담은 발생 보고 공문이 SNS로 급속히 퍼져 인터넷 '맘카페'에까지 게재됐다.

정작 필요한 감염 경로나 동선 정보 공개는 미흡해 근거 없는 소문만 양산했다.

환자의 입원 사실을 놓고도 광주시는 발생 이튿날 오전 브리핑에서 21세기병원에 입원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가 오후에는 "딸이 입원한 1인실에서 (병간호하며) 지내다가 이후에 2인실에 딸과 함께 입원했다"고 오락가락 했다.

입원 여부는 접촉자 관리 등에 필수적인 정보로 의료 기록만 참고해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데도 기본적인 사실 확인에서조차도 챙기지 못한 셈이다.
말로는 '과잉 대응', 현장 '기본도 소홀'…신종코로나 방역 허점
환자·방역 관리도 미덥지 못했다.

16번 환자의 딸은 확진 판정 후 국가 지정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마스크를 착용했을 뿐 다른 감염 차단 용품이나 보호구 없이 스스로 휠체어를 밀어 구급차로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감염증 대응 지침에 따르면 확진자와 조사대상 유 증상자와 관련해 이동 시 감염 노출 위험 최소화 사전 조치, 통제 구역 설정·관리, 수술용 마스크 착용 등을 하도록 했다.

일차적으로 감염 의심자를 걸러야 하는 선별진료소도 내외부 형태가 제각각이고 의료진 상주, 엑스레이 촬영 기기 등 설비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큰 구멍은 중국 방문자에게만 초점을 맞춘 방역 대책이었다.

16번 환자를 최초 진료한 21세기병원은 "태국 여행 중 공항 출국장에서 상태 안 좋은 환자와 접촉이 의심되고, 변종 바이러스 폐렴이 의심돼 전원한다"는 비교적 자세한 소견을 담은 진료의뢰서와 함께 환자를 전남대병원으로 보냈으나 병원도, 보건소도 진단 검사를 무시했다.

중국이 아닌 태국을 여행했다는 그 이유 하나였다.

21세기병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발행한 지난 1월 27일부터 확진 판정이 나온 지난 4일까지 관리 공백은 다수의 추가 접촉자를 양산했다.

격리자에 대한 판단도 확진자가 치료를 받았거나 머물었던 곳에 있던 사람들로 한정하고 있는 점도 2차, 3차 감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격리자가 규정된 사람이 그 이전에 만났던 또 다른 사람에 대한 조치는 현재 방역당국의 매뉴얼에는 없는 상황이다.

21세기병원은 뜻하지 않게 신종코로나 발생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신종코로나 사태가 기존 접촉자 조사, 신규 환자 접촉자 파악 등에 버거워하는 보건 당국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광주시 관계자는 "자치구와 보건소의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추가 확진자를 최소화하고 시민 불안감을 다소나마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