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나선 조원태, 국민연금·소액주주 표심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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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익 자산 매각·이사회 독립성 강화로 경영개선 의지
KCGI "진정성 부여 어렵다"…'연합군' 14일까지 주주제안
엄마와 동생의 지지를 등에 업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6일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책을 시작으로 누나의 '반(反) 조원태 연합군'을 향한 반격에 나섰다.
오는 7일 한진칼 이사회도 예정된 만큼 조 회장의 카드가 실제로 3월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는 데 유용하게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6일 대한항공과 재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2시간 동안 이사회를 열고 '7성급 호텔' 건립 계획이 무산된 바 있는 종로구 송현동 부지(토지 3만6642㎡, 건물 605㎡)를 매각하고, 비주력사업인 왕산마리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의 지분을 연내 매각하기로 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유휴자산과 비주력 사업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주주가치와 주주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을 사전 검토하는 거버넌스위원회도 새로 설치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어 오는 7일에는 한진칼의 이사회를 열고 경영 개선 방안 등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를 통해 지배구조 투명화와 경영 개선 의지를 보이며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날 내놓은 재무구조 개선책의 경우 이미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예측했던 내용이어서 실제로 어느 정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한진그룹은 작년 2월 수익성 향상을 위해 제시한 '비전2023'에서도 송현동 부지의 연내 매각을 약속했으나 실제 매각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또 이미 작년 11월 뉴욕에서 한 간담회에서 조 회장이 "이익이 안 나면 버리겠다"고 밝히며 '만년 적자'인 왕산레저개발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터다.
호텔, 레저 사업 등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구조조정하겠다는 방침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갈등이 촉발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만큼 이날 이사회 의결 내용은 조 전 부사장과의 선을 명확하게 긋고 그룹으로의 복귀를 차단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사실상 주주총회에서의 결전을 앞두고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가지고 있던 사업에 칼을 댔다는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은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고, 처음 입사한 곳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였다.
2007년부터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를 맡는 등 호텔 경영에 애착을 갖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사태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칼호텔네트워크와 왕산레저개발 대표이사 등을 맡았다.
대한항공의 숙원 사업이었던 송현동 부지에 '7성급 호텔' 건립하는 사안도 끝내 무산되기는 했지만 당시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였던 조 전 부사장이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이와 함께 송현동 부지 매각의 경우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꾸준히 요구해오던 사항인 만큼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명분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KCGI는 3자 공동의 주주제안을 내놓기에 앞서 5일 한진과 한진칼에 주주총회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선 데 이어 이날은 '공동보유 합의에 대한 KCGI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며 '방어'에 나섰다.
KCGI는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과의 연대에 대해 "비전도 능력도 없이 한진그룹을 사유물처럼 운영하는 기존 경영 체제를 새로운 전문경영체제로 바꿔 지배구조 개선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이를 단순한 가족 간 분쟁으로 호도하는 일부의 왜곡된 시각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KCGI가 2018년부터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과도한 부채비율 해결을 촉구해왔고, 경영진은 2019년 미봉책으로 '한진그룹 중장기 비전 및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을 냈으나 이후 경영 개선 의지나 노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공동보유 합의 이후 한진그룹 경영진은 뒤늦게 새로운 경영 개선 방안을 내고 주주들과 논의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주주들을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 아닌 거추장스러운 '외부 세력'으로 보는 시각을 유지하는 경영진이 내는 방안에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이날 대한항공 이사회 결의안에 대해서도 "3자 합의 소식을 듣고 급하게 이것저것 해보겠다는데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들 3자 연대는 오는 14일 전까지 주주제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편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국민연금은 아직 어떤 의결권을 행사할지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에는 한진칼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 제안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경영 참여형 주주권은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차원에서 한진칼 주총안건을 다루거나 기금운용위 산하에 설치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해 정할 전망이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오는 3월 한진칼 주총안건 의결권 행사도 수탁자책임전문위가 결정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연합뉴스
KCGI "진정성 부여 어렵다"…'연합군' 14일까지 주주제안
엄마와 동생의 지지를 등에 업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6일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책을 시작으로 누나의 '반(反) 조원태 연합군'을 향한 반격에 나섰다.
오는 7일 한진칼 이사회도 예정된 만큼 조 회장의 카드가 실제로 3월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는 데 유용하게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6일 대한항공과 재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2시간 동안 이사회를 열고 '7성급 호텔' 건립 계획이 무산된 바 있는 종로구 송현동 부지(토지 3만6642㎡, 건물 605㎡)를 매각하고, 비주력사업인 왕산마리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의 지분을 연내 매각하기로 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유휴자산과 비주력 사업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주주가치와 주주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을 사전 검토하는 거버넌스위원회도 새로 설치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어 오는 7일에는 한진칼의 이사회를 열고 경영 개선 방안 등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를 통해 지배구조 투명화와 경영 개선 의지를 보이며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날 내놓은 재무구조 개선책의 경우 이미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예측했던 내용이어서 실제로 어느 정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한진그룹은 작년 2월 수익성 향상을 위해 제시한 '비전2023'에서도 송현동 부지의 연내 매각을 약속했으나 실제 매각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또 이미 작년 11월 뉴욕에서 한 간담회에서 조 회장이 "이익이 안 나면 버리겠다"고 밝히며 '만년 적자'인 왕산레저개발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터다.
호텔, 레저 사업 등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구조조정하겠다는 방침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갈등이 촉발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만큼 이날 이사회 의결 내용은 조 전 부사장과의 선을 명확하게 긋고 그룹으로의 복귀를 차단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사실상 주주총회에서의 결전을 앞두고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가지고 있던 사업에 칼을 댔다는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은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고, 처음 입사한 곳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였다.
2007년부터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를 맡는 등 호텔 경영에 애착을 갖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사태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칼호텔네트워크와 왕산레저개발 대표이사 등을 맡았다.
대한항공의 숙원 사업이었던 송현동 부지에 '7성급 호텔' 건립하는 사안도 끝내 무산되기는 했지만 당시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였던 조 전 부사장이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이와 함께 송현동 부지 매각의 경우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꾸준히 요구해오던 사항인 만큼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명분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KCGI는 3자 공동의 주주제안을 내놓기에 앞서 5일 한진과 한진칼에 주주총회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선 데 이어 이날은 '공동보유 합의에 대한 KCGI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며 '방어'에 나섰다.
KCGI는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과의 연대에 대해 "비전도 능력도 없이 한진그룹을 사유물처럼 운영하는 기존 경영 체제를 새로운 전문경영체제로 바꿔 지배구조 개선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이를 단순한 가족 간 분쟁으로 호도하는 일부의 왜곡된 시각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KCGI가 2018년부터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과도한 부채비율 해결을 촉구해왔고, 경영진은 2019년 미봉책으로 '한진그룹 중장기 비전 및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을 냈으나 이후 경영 개선 의지나 노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공동보유 합의 이후 한진그룹 경영진은 뒤늦게 새로운 경영 개선 방안을 내고 주주들과 논의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주주들을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 아닌 거추장스러운 '외부 세력'으로 보는 시각을 유지하는 경영진이 내는 방안에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이날 대한항공 이사회 결의안에 대해서도 "3자 합의 소식을 듣고 급하게 이것저것 해보겠다는데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들 3자 연대는 오는 14일 전까지 주주제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편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국민연금은 아직 어떤 의결권을 행사할지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에는 한진칼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 제안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경영 참여형 주주권은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차원에서 한진칼 주총안건을 다루거나 기금운용위 산하에 설치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해 정할 전망이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오는 3월 한진칼 주총안건 의결권 행사도 수탁자책임전문위가 결정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