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의 중국 비즈니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상하이, 선전 등 주요 도시 기능과 일부 교통망이 마비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원지인 우한은 물론 상하이에서 쑤저우로 이어지는 구간과 산둥성 내 고속도로 등 내륙 주요 고속도로가 폐쇄되면서 육로 운송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정부가 나서서 관내 공장 및 사업장을 폐쇄하면서 제품 구매와 수출에도 어려움이 누적되고 있다. 휴대폰 부품을 수출하는 B사 관계자는 “홍콩을 통해 중국 전역으로 들어가는 물량이 1월초 대비 절반으로 감소했다”며 “중국 내 공장 가동률이 50%를 밑돌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지난 4일 장쑤성에서는 휴업령을 위반하고 공장을 돌리던 사업주가 적발돼 구류 5일의 형사처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 내에서도 가동되는 공장이 있는가하면, 거리가 먼 산둥성의 공장은 문을 닫는 등 지방정부의 사정에 따라 규제 강도가 다르다. 현지 주재원들은 협력사의 공장 가동 여부, 생산 재개 시점 등을 확인하느라 분주하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연장된 춘절 연휴는 현지 업무의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세관과 항만이 제한적인 운영을 하며 통관이 지연되고, 은행을 통한 수출입 금융업무도 차질을 빚고 있다. 현지 직원들은 재택 근무를 하고 있지만 이 경우 1.5배의 급여를 지급해야 해 부담이다.
춘절 연휴 연장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9일까지로 정해졌지만 그 이후에 도시 기능이 정상화될지도 미지수다. 상하이와 선전 등에서는 감염자가 발생한 주요 건물과 아파트 등이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공유되며 공포감이 높아지고 있다. 많은 중소도시가 대중교통 운행을 전면 중단했으며, 광저우와 같은 대도시도 평소 2분 간격으로 다니던 지하철을 10분 간격으로 운영하는 등 제한운행하고 있다. 선전의 C사 주재원은 “인구 1500만 도시의 거리에서 인적과 차량이 자취를 감췄다”며 “고향에 갔다 복귀한 인원은 20~30%에 머물러, 도시와 기업들이 제 역할을 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식당도 문을 닫으며 한국 주재원들은 배달 서비스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가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해 단지 입구까지 나가야 배달된 음식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알리바바와 징둥 등 중국이 자랑하던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운영에 지장을 받고 있다. 지역간 물류난으로 상당수의 품목이 배달을 못하는 가운데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구매가 이뤄진다. 역시 배달원의 지역 출입이 금지돼 지정된 장소에 배달 물품을 쌓아놓는 식으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