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인 줄 알았다" 변론에…2심 재판부 "100만 인구 시장의 윤리의식 맞나" 지적
"정치자금 부정 수수 여부는 후보자질과 적합성 판단 중요 요소"


은수미 경기 성남시장의 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심 재판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의 구형량보다 2배 높은 벌금 300만원의 당선무효 '반전 판결'을 내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항소심 재판은 지난해 10월 1차 공판부터 재판부의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검찰 구형보다 두 배 높은 은수미 당선무효 '반전 판결'
수원고법 형사1부(노경필 부장판사)는 당시 은 시장이 2016년 중순부터 1년여간 조직폭력배 출신의 사업가로부터 1년여간 차량과 운전기사를 받은 데 대해 "자원봉사인 줄 알았다",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변론하자 소위 '돌직구' 질문을 날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기사 딸린 차량을 받으면서도 단순한 자원봉사라는 말을 믿었다는 것은 너무 순진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 같다"면서 "이를 100만 인구 도시 시장의 윤리의식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성남시 공무원이 똑같은 편의를 받고 '자원봉사인 줄 알았다'고 주장하면, 피고인은 과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피고인의 진정한 생각을 듣고 싶다"고 주문했다.

은 시장이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하며 "옳고 그름을 떠나 공직자로서 법정에 선 것이 부끄럽고 반성할 일이다.

'몰랐다'고 하는 말조차 변명"이라고 사과 발언을 한 데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변호인의 변론 내용과 다른 것 같아 이해를 못 하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은 시장 측은 지난 3차례 공판을 거치며 나름대로 입장을 정리한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으나, 1심의 변론 내용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6일 선고 공판에서 "'자원봉사인 줄 알았다'는 등의 피고인 측 항소 이유는 1심에서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통 편의를 받은 배경과 그로 인해 얻은 경제적 이익에 대해 짚으면서 은 시장이 정치인의 기본자세를 망각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16년 6월 코마 트레이드 측으로부터 '정치 활동을 위해 도울 일 있으면 돕겠다'는 말을 듣고, 6일 만에 운전기사를 소개받아 1년간 차량과 운전 노무를 받았다"며 "이 기간 피고인이 얻은 경제적 이익은 적지 않다고 판단되는데, 이는 국민을 섬기는 정치인의 기본자세를 망각한 것"이라고 꾸짖었다.
검찰 구형보다 두 배 높은 은수미 당선무효 '반전 판결'
재판부는 선고 형량을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으로 정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치자금 부정 수수 여부는 정당의 후보자 공천과정에서 공천 배제 사안일 뿐 아니라 유권자 투표 과정에서 공직선거 후보 자질과 적합성을 판단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그러나 피고인의 해명은 사실과 다르고, 결국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시했다.

결국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검찰의 구형량인 벌금 150만원보다 두 배나 높은 양형을 내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원이 검찰의 구형량을 고려해서 양형하는 것은 아니지만, 형량이 크게 높아진 점에 미뤄볼 때 이번 선고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