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지의 Global Insight] '인간처럼' 진화하는 AI…인간과 얼마나 똑같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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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유명인 말투·표현 학습
유명인과 AI에 똑같은 질문
그럴듯한 답변 내놓아 감탄
때론 이해 힘든 엉뚱한 대답
유명인과 AI에 똑같은 질문
그럴듯한 답변 내놓아 감탄
때론 이해 힘든 엉뚱한 대답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세계로 나를 끌어들인 킬러 콘텐츠는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다. 넷플릭스가 2011년 독점 방영해 지난해 시즌 5까지 나온 인기 드라마다. 매회 주제와 주인공이 바뀌는 단편 드라마인데, ‘과학 기술 발달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라는 공통된 주제 의식이 관통한다. 공상 과학소설과 비슷하지만, 현실과 접점이 많아 몰입해 보게 된다.
가장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블랙미러 시즌 2의 ‘돌아올게’였다. 2013년 2월 전파를 탄 편인데 작년에서야 봤다. 드라마 속 가까운 미래엔 인공지능(AI)이 소셜미디어에 담긴 방대한 양의 글, 사진, 동영상 등을 분석해 특정 인물을 흉내내는 서비스가 나온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사랑하는 남편이 죽은 뒤 심적 고통을 겪다가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주인공은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남편을 흉내내는 AI와 대화한다. 그는 남편과 똑같은 목소리로, 남편이 즐겨 쓰던 농담까지 던지는 AI와 소통하면서 안도감을 느낀다. 물론 드라마가 그렇게 평온하게 흘러가진 않는다. AI 덕분에 일상을 찾아가던 주인공이 시간이 흐를수록 혼란에 빠지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 드라마는 AI도 개성, 창의성, 존엄성, 연민 등을 가질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을 인간답다고 할 수 있는 이런 가치들이 AI에 부여되면 우리는 AI의 존재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 드라마가 불현듯 떠오른 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올해 연재를 시작한 흥미로운 인터뷰 때문이다. WSJ는 유명 인사 6명을 선정해 이들의 트위터와 글, 인터뷰 등을 AI에 학습시켰다. AI는 유명인들의 말투, 표현, 생각 등의 알고리즘을 익힌다. 이후 유명인과 AI에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이 답이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하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첫 인터뷰가 공개됐다.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경선 후보인 앤드루 양의 인터뷰다. 기업가 출신인 대만계 양 후보는 젊고 패기 있는 정치 신인으로서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WSJ는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가’라고 동시에 질문을 던졌다. 양 후보는 “나는 미국인들에게 비전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양 후보의 정보를 학습한 AI는 “국가는 내게 매우 중요하다. 누군가 내가 미국에 열광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것은 크게 잘못한 것”이라고 답했다. AI가 딱 들어맞진 않지만 그럴듯한 답을 내놓자 양 후보는 “다음부터 누군가 같은 질문을 한다면 AI처럼 답해야겠다”고 했다.
AI는 때로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든 엉뚱한 대답을 늘어놓기도 했다. ‘자동화는 일자리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라고 묻자, 양 후보는 “자동화는 이론상 나쁜 게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많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답했다. AI는 “손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니다. 아주 강한 타격은 엄청난 양의 일자리를 얻는 것이고, 우리는 그의 아들들에게 잡아먹힐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다음 인터뷰 대상은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자 조나단 반 네스라고 예고했다. 나머지 4명의 인터뷰 대상은 누가 될지 관심사다.
AI의 영역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영국 유력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여러 분야 전문가들에게 다음해 전망을 물어오다 올해 처음으로 AI 전망을 다뤘다. AI를 창작의 영역에 끌어들이는 시도도 적지 않다. 구글은 2016년부터 ‘마젠타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미술 작품, 음악 등을 창작하는 AI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다. 조만간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모습을 한 AI가 깜짝 등장할 수 있다.
summit@hankyung.com
가장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블랙미러 시즌 2의 ‘돌아올게’였다. 2013년 2월 전파를 탄 편인데 작년에서야 봤다. 드라마 속 가까운 미래엔 인공지능(AI)이 소셜미디어에 담긴 방대한 양의 글, 사진, 동영상 등을 분석해 특정 인물을 흉내내는 서비스가 나온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사랑하는 남편이 죽은 뒤 심적 고통을 겪다가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주인공은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남편을 흉내내는 AI와 대화한다. 그는 남편과 똑같은 목소리로, 남편이 즐겨 쓰던 농담까지 던지는 AI와 소통하면서 안도감을 느낀다. 물론 드라마가 그렇게 평온하게 흘러가진 않는다. AI 덕분에 일상을 찾아가던 주인공이 시간이 흐를수록 혼란에 빠지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 드라마는 AI도 개성, 창의성, 존엄성, 연민 등을 가질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을 인간답다고 할 수 있는 이런 가치들이 AI에 부여되면 우리는 AI의 존재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 드라마가 불현듯 떠오른 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올해 연재를 시작한 흥미로운 인터뷰 때문이다. WSJ는 유명 인사 6명을 선정해 이들의 트위터와 글, 인터뷰 등을 AI에 학습시켰다. AI는 유명인들의 말투, 표현, 생각 등의 알고리즘을 익힌다. 이후 유명인과 AI에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이 답이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하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첫 인터뷰가 공개됐다.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경선 후보인 앤드루 양의 인터뷰다. 기업가 출신인 대만계 양 후보는 젊고 패기 있는 정치 신인으로서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WSJ는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가’라고 동시에 질문을 던졌다. 양 후보는 “나는 미국인들에게 비전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양 후보의 정보를 학습한 AI는 “국가는 내게 매우 중요하다. 누군가 내가 미국에 열광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것은 크게 잘못한 것”이라고 답했다. AI가 딱 들어맞진 않지만 그럴듯한 답을 내놓자 양 후보는 “다음부터 누군가 같은 질문을 한다면 AI처럼 답해야겠다”고 했다.
AI는 때로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든 엉뚱한 대답을 늘어놓기도 했다. ‘자동화는 일자리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라고 묻자, 양 후보는 “자동화는 이론상 나쁜 게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많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답했다. AI는 “손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니다. 아주 강한 타격은 엄청난 양의 일자리를 얻는 것이고, 우리는 그의 아들들에게 잡아먹힐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다음 인터뷰 대상은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자 조나단 반 네스라고 예고했다. 나머지 4명의 인터뷰 대상은 누가 될지 관심사다.
AI의 영역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영국 유력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여러 분야 전문가들에게 다음해 전망을 물어오다 올해 처음으로 AI 전망을 다뤘다. AI를 창작의 영역에 끌어들이는 시도도 적지 않다. 구글은 2016년부터 ‘마젠타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미술 작품, 음악 등을 창작하는 AI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다. 조만간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모습을 한 AI가 깜짝 등장할 수 있다.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