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물리학자》는 제목 그대로 물리학자가 쓴 미술책이다. 넘기는 책장마다 미술 작품 사진이 즐비하다. 그 사이사이에 원자모형이 있고 태양의 흑점 사진과 음의 파동 그래프도 보인다. 저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이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 나노-정보 융합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나 학회 참석차 해외에 나갈 때마다 미술관을 찾은 그는 많은 예술가에게 큰 영감을 준 ‘뮤즈’는 다름 아닌 ‘물리학’임을 깨달았다. 책을 통해 그 융합의 원리를 풀어낸다.
저자는 르누아르와 모네가 같은 시기에 같은 풍경을 보고 그린 ‘라 그르누예르’를 비교하면서 표면장력과 중력이 수면에 만든 파동을 설명한다. 파동은 어떻게 생기고, 파동이 전파될 때 매질의 움직임은 어떤지, 왜 그러한지로 서술은 이어진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신’으로 현대물리학의 큰 축인 양자역학을 풀어내고 고흐의 그림 ‘카페에서, 르 탱부랭의 아고스티나 세가토리’를 통해서는 다양한 빛의 파장을 들여다본다.
물리학은 한자 그대로 ‘사물’의 ‘이치’를 파고드는 학문이다. 자연과 우주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과학자와 예술가의 일은 다르지 않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만물의 본질을 서로 다른 각자의 언어로 풀어낼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점묘법을 개발한 신인상주의 화가 쇠라가 남긴 한 문장으로 이런 자신의 생각을 대변한다. “누군가는 내 그림에서 시(詩)를 보았다고 하지만 나는 오직 과학만 보았다.” (서민아 지음, 어바웃어북, 414쪽, 1만8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