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우한 사태' 이후가 더 두렵다는 중기인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가 더 두렵습니다.”

중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피해를 취재하는 기자에게 중소기업인들은 이 같은 걱정을 토로했다. 감염자 확산을 막기 위해 언론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인들은 “우리가 중국과 상호의존도가 높은데, 이번 사태를 미래지향적 측면에서 대처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이번 사태가 수그러든 뒤 중국 기업들과 계속 거래해야 하는데 중국이 예전과 같이 우호적으로 대해줄지 걱정”이라고 했다.

경기지역의 몇몇 디스플레이 관련 장비 업체는 중국 대기업 고객(HKC)이 쓰촨성 ?양시에 건설 중인 생산라인과 관련해 이달 들어 국내 엔지니어 추가 파견을 요청하고 있다는 얘기로 뒤숭숭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 요청을 국내 거래업체가 거절하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면서도 “직원들이 가길 꺼리는 데다 여행자보험이라도 들 수 있을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또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을 비롯해 지한파(知韓派) 중국 사업가들마저 돌아서게 해선 안 된다”며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는 효율적인 격리 체계와 감염증 적발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고 중국인 기피와 비난에만 나섰다간 뒷감당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계 부품을 생산하는 또 다른 중소기업인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 바이어들 때문에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서양인은 중국과 한국, 일본을 다 같이(비슷하게) 본다”며 “사업 미팅을 위해 내한하기로 했던 유럽 파트너사가 약속을 취소해 속이 상한다”고 하소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 중국과 붙어 있는 한국의 이미지도 크게 손상될 것이란 주장이었다.

감염증 확진자는 일본이 30명을 돌파했고 국내에서도 23명(6일 낮 12시 기준)까지 늘었다. 세계 항공노선 등을 바탕으로 미국 노스이스턴대 등이 조사한 ‘코로나바이러스 발발과 관련한 국제 확산위험 예비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해외 도시는 방콕이 1위, 서울과 타이베이가 2위, 도쿄가 3위로 지목됐다. 중국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지정학적 입지 못지않게 중국과 인적·물적 교류가 많은 우리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바이러스 확산이 3개월 정도 지속돼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면 한국 중소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멈추는 데 그치지 않고 상당수가 도산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도 결코 배척할 수 없는 ‘세계의 공장’ 중국을, 그 영향력을 경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