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특수 가스를 생산하는 SK머티리얼즈가 금호석유화학의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사업을 인수한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원판(웨이퍼) 위에 회로를 인쇄할 때 쓰이는 핵심 소재다.

일본이 지난해 7월부터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 반도체 핵심 소재 3종(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폴리이미드) 중 하나다. 반도체 소재(SK머티리얼즈)부터 웨이퍼(SK실트론), D램·낸드 생산(SK하이닉스)으로 이어지는 SK그룹의 반도체 사업 수직계열화가 한층 탄탄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불화수소 이어 포토레지스트 국산화

6일 업계에 따르면 SK머티리얼즈는 7일 이사회를 열고 금호석유화학의 전자소재·탄소나노튜브(CNT) 부문 내 포토레지스트 사업 인수를 의결한다. 충남 아산에 있는 공장 내 설비와 인력만 인수하는 조건이다. 인수 금액은 500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머티리얼즈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작된 직후부터 반도체 소재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금호석유화학 측에 매각을 제안했다.

하지만 당장 ‘포토레지스트 독립’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금호석유화학의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는 아직 극자외선(EUV)용만큼 미세공정에 적합한 수준엔 못 미친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차세대 주력 반도체인 10㎚(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용 포토레지스트는 아직 생산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다. SK머티리얼즈는 인수 이후 별도 자회사를 설립해 포토레지스트 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수가스 분야의 노하우가 풍부한 SK머티리얼즈가 연구개발(R&D)에 뛰어들면 1~2년 이내에 EUV용 포토레지스트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말 고순도 불화수소 개발에도 성공했다. 고순도 불화수소는 반도체 웨이퍼를 가공하고 그 위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쓰인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필요한 물량의 95% 이상을 모리타화학, 스텔라케미파 등 일본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기술 개발은 끝났고 양산에 앞서 품질 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SK 인수 후 실적 ‘껑충’

SK그룹 지주회사인 SK(주)는 2015년 11월 OCI그룹이 보유한 OCI머티리얼즈 지분 49.1%를 4816억원(주당 9만3000원)에 인수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2015년 8월) 이후 첫 인수합병(M&A)이었다. 2011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최 회장은 소재 사업 경쟁력이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보고 OCI머티리얼즈 인수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SK머티리얼즈는 SK그룹에 인수된 뒤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2016년 SKC가 보유하고 있던 SKC에어가스 지분 80%를 인수했다. 일본 트리케미컬과 3차원(3D) 낸드플래시 소재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SK트리켐(SK머티리얼즈 지분 65%)’을 설립했다. 2017년엔 일본 쇼와덴코와 반도체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식각가스 제조 합작사 ‘SK쇼와덴코(SK머티리얼즈 지분 51%)’를 출범시켰다. 작년엔 반도체용 탄산가스 제조 업체 한유케미칼을 인수했다.

적극적인 사업 확장 덕분에 SK머티리얼즈 실적도 가파른 성장세를 걷고 있다. 2015년 3380억원이던 SK머티리얼즈 매출은 2018년 6873억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2.8% 증가한 7758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증권업계에선 추정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2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2015년 30개사, 6개에 그쳤던 SK머티리얼즈의 고객사, 제품군(群)은 148개사, 36개로 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성공했다.

김보형/이수빈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