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그간 중단한 차기 은행장 선출 절차를 내주 재개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연임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6일 간담회를 열고 내놓은 입장문은 "기관(우리은행)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제재 의결) 절차가 남아 있고, 개인에 대한 제재가 공식 통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와 "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기존에 결정된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라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부분만 놓고 보면 금융감독원이 연임 불가를 뜻하는 중징계를 확정한 손 회장의 거취에 대한 의견을 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뒷부분은 손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한 결정을 유지하겠다고 말하고 있어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면서 다음주 차기 은행장 후보 선정 절차를 재개하기로 한 결정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 준다.

손 회장의 낙마로 회장과 은행장을 동시에 뽑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회장직에 걸맞은 내부 인재 풀이 크지 않은 우리금융으로서는 차기 회장을 먼저 선출하고 은행장을 뽑는 것이 순리다.

차기 은행장을 선출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차기 회장을 뽑을 일은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직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 관련 최종 통보가 오지 않은 상황에서 제재나 연임과 관련한 입장을 밝혀 금융당국과 대결 구도를 연출하기보다는 기존에 결정한 대로 일정을 진행하는 것이 우리금융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이 이런 결정을 한 배경에는 법적 소송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승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이번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해 최고경영자(CEO) 징계에 나서자 줄곧 임원 제재의 법적 정당성이 논란이 됐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에도 그런 부분을 인정하고 있기도 하다.

두 기관이 공동으로 낸 별첨자료 16페이지에서 "상품 제조 및 판매 과정상 나타난 내부통제 위반·실패 등에 대해 경영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 부재"하다고 설명하면서 경영진 제재가 가능하도록 법규화하겠다고 했다.

그 대안으로 현재 금융위원회가 발의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들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표이사 등이 내부통제기준, 위험관리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게 하고,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금융위원회가 해당 임원을 제재할 수 있다는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그로부터 2개월여가 흐른 올해 1월 금감원은 "내부통제 부실 등으로 경영진을 징계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충분히 했다"며 DLF 사태와 관련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전·현직 CEO에 제재를 내렸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서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나와 있고, 시행령에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한 만큼 내부통제를 부실하게 한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이 아니면 내부통제기준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하지만 해당 시행령의 취지가 이와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의 시행령은 제19조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돼야 한다"며 그러한 사항으로 '업무의 분장 및 조직구조', '임직원이 업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절차', '내부통제와 관련해 이사회, 임원, 준법감시인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 등을 열거하고 있다.

내부통제기준이 실효성이 있는지를 사후적으로 가치 판단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요건을 갖췄다면 해당 내부통제기준이 실효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의미다.

즉 업무의 분장 및 조직구조, 임직원이 업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절차 등이 있으면 되는 것이지 그런 요건이 실효성이 있는지를 따지겠다는 것이 아니다.

내부통제기준이 마련돼 있는데 부실하게 운영됐다면 그건 내부통제기준의 '실패'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는 금융당국이 과거 밝힌 것처럼 내부통제 실패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가 현재로선 없는 셈이다.

감사원이 과거 임직원을 제재할 때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지적한 점도 금감원으로서는 부담이다.

감사원은 2017년 9월 발간한 금감원 기관운영감사 감사보고서에서 "행정상 제재 필요성이 있다면 금융업관련법에 구체적이고 적절한 근거를 마련한 후 그에 따라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