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압박에도…이탈리아 "중국 직항노선 운항 중단 유지"

'일부 운항 재개 준비하고 있다'는 중국 외교부 발표 부인

이탈리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 취한 직항노선 운항 중단을 해제하라는 중국측 압박에도 이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보건부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중국을 오가는 직항노선의 운항 중단 결정이 번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말 로마에 체류하던 60대 중국인 관광객 2명이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자 유럽국가 가운데선 처음으로 오는 4월 말까지 중국 본토는 물론 홍콩·마카오 등을 오가는 직항 항공편 운항을 전면 중단하기로 한 바 있다.

이후 중국은 여러 경로로 지나친 조처라는 항의성 입장을 이탈리아 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엔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루카 페라리 주중 이탈리아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강력한 불만의 뜻을 표출하고 운항 정상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사실상 이탈리아 측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페라리 대사는 중국 항공사의 요청에 따라 일부 왕복 항공편을 가능한 한 빨리 허용할 것이며 양국 간 정상적인 왕래도 회복시킬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도 이 만남 직후 "이탈리아가 양국 간 일부 노선의 운항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고 한다.

이날 보건부 성명은 이러한 중국 외교부 발표를 사실상 부인하는 성격이다.

보건부 성명이 나오기 전에 이탈리아 외교부 차원에서 성명 내용에 대한 의견 조율을 거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선진 7개국'(G7)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의 글로벌 확장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동참하기로 하는 등 경제적으로 밀착해왔다.

이탈리아 경제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도 증대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이번 정부 조처가 자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제기된다.

한편, 신종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30∼40대 이탈리아 남성 1명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이탈리아 내 확진자는 총 3명으로 늘었다.

이탈리아 자국민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 남성은 현재 감염내과 전문인 로마 스팔란차니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남성과 함께 전세기를 타고 철수한 다른 55명은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타났으며, 건강도 양호한 상태라고 한다.

이들은 모두 로마 외곽의 군 시설에서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