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오와주 민주당이 6일(현지시간) 우여곡절 끝에 코커스(경선) 결과를 최종 집계해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상 초유의 ‘개표불발’ 사태가 벌어지는가 하면 개표 시작 후에도 상당수 선거구에서 자료 누락이나 불일치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민주당 전국위원장이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아이오와 경선 흥행을 통해 정권탈환을 위한 세몰이에 나서려던 민주당의 계획은 시작부터 어이없이 일그러졌다.
아이오와 개표 100곳 이상 오류…美민주 대선레이스 시작부터 '자멸'
아이오와 경선의 최종 결과가 나온 건 이날 밤 9시께였다. 지난 3일 코커스가 열린 지 3일이나 지나서였다. 결과는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26.2%로 1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6.1%로 2위였다. 이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18.0%로 3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5.8%로 4위,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12.3%로 5위였다.

하지만 1, 2위의 득표율 차이가 0.1%포인트밖에 안 된다. 특히 전날 밤부터 이날 최종 결과 발표 전까지 반나절 가까이 개표율이 97%로 멈춘 상태에서 움직이질 않아 개표 과정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이날 아이오와주 1765개 선거구 중 100곳 이상에서 수치가 일치하지 않거나 자료가 누락되는 등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공식 개표 언론 역할을 하는 AP통신은 97% 개표율 상황에서 “부티지지와 샌더스의 차이가 워낙 작은 데다 개표 과정에서 일어난 여러 문제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승자를 확정 보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문제가 커지자 톰 페레스 민주당 전국위원장은 트윗을 통해 “더 이상 이대론 안 된다”며 “아이오와 민주당이 개표 결과를 즉시 재검토(리캔버스·recanvass)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리캔버스’에 대해 “각 코커스 현장에서 나온 기록표를 리뷰(재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NN은 ‘리캔버스’에 대해 코커스 현장에서 기록된 투표 결과를 아이오와 민주당이 공식 발표한 개표 결과와 맞춰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권자의 표를 일일이 다시 새는 재검표(recount)보다는 수위가 낮다.

재검토를 하게 되면 최종 개표 결과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11일 뉴햄프셔 경선 결과보다 아이오와 재검토 결과가 늦게 나올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고려한 듯 아이오와 민주당은 성명을 통해 경선 주자 중 한 명이라도 요청하면 재검토를 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혀 사실상 페레스의 '즉시 재검토' 요구를 거부했다. 이후 아이오와 민주당은 개표 최종 결과를 내놨다.

뒷맛은 여전히 개운치 않다. 샌더스는 이날 개표가 100% 완료되기 전 트윗을 통해 “아이오와주에서 그들이 준 ‘강력한 승리’에 대해 아이오와 주민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밝혀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대의원 득표율이 아니라 유권자 투표 수에서 부티지지보다 6000표 이상(1차 투표 기준) 앞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티지지는 경선이 끝난 3일 밤 자체 집계 결과를 내세워 일찌감치 승리를 선언한 상태다. 최종 집계 결과 부티지지가 승리한 것으로 기록되긴 했지만, 향후 경선 과정에서 부티지지와 샌더스가 저마다 ‘내가 아이오와 1등’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에선 아이오와 경선이 혼돈에 빠진 직후부터 민주당을 겨냥해 “선거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무슨 나라를 운영하느냐”고 조롱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4일 트윗에서 “민주당 코커스는 완전한 재앙”이라고 비아냥댔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