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제품의 국내 공급량을 의미하는 제조업 국내공급지수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국내 내수 시장이 그만큼 위축됐다는 의미다. 설비투자가 부진해 자본재와 중간재의 공급이 줄어든 데다 소비재도 수요가 둔화된 탓에 예년만큼 공급이 늘지 못했다.

통계청이 7일 발표한 ‘2019년 연간 제조업 국내공급동향’을 보면 지난해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전년보다 0.5% 감소한 104.3으로 집계됐다.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외국에서 들여와 국내에 공급한 제조업 제품의 수량을 나타낸다.

이 지표는 집계를 시작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7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8년(-0.8%) 처음으로 줄어든 뒤 지난해까지 2년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내수 경기가 뒷걸음질쳤다는 뜻이다.

세부 통계를 들여다보면 설비투자 감소세가 뚜렷했다. 개인이나 가계가 구입해 사용하는 제품을 말하는 소비재 공급은 0.8% 증가했지만 각 산업에서 생산 관련 활동에 1년 이상 사용되는 기계장비를 의미하는 자본재는 3.4% 감소했다. 광공업과 다른 산업의 원재료·연료·부품 등으로 쓰이는 중간재도 0.2% 줄었다.

업종별로 보면 기계 장비(-8.6%)와 전기장비(-5.7%) 공급이 크게 줄었다. 기계 장비는 2017년 19.2% 증가한 뒤 2018년(-6.1%)에 이어 작년까지 2년 연속 감소세다. 제조업 국내공급 중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0.5%포인트 확대돼 역대 최고치인 26.3%를 기록했다. 세부 분야별로 의료정밀과학(4.9%포인트)과 전자 제품(3.1%포인트), 전기 장비(2.5%포인트) 등에서 수입 확대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4분기부터 제조업 국내공급이 선박을 중심으로 반등세를 보인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이날 통계청이 함께 발표한 분기별 제조업 국내공급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제조업 국내공급은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한 109.4였다. 하반기 해운업체들의 대규모 컨테이너선 발주로 선박 등 기타운송장비 공급이 154.3% 늘면서 증가세를 견인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이 같은 내수 개선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지난해 하반기 기타 운송장비가 크게 늘면서 전체 지표 증가세를 견인했다”며 “하지만 우한 폐렴 사태로 내수 개선 흐름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