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판결 참고해 공소장 만든 檢…靑 선거개입 수사 '윗선' 노리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검찰, 靑 비서관실8곳 움직인 '힘의 근원' 추적
'닮은 꼴' 박근혜 사건 참고
2018년 법원 "대통령 직접 개입없어도
명시적·묵시적 승인" 징역 2년 유죄 확정
靑정무수석, 송철호 경쟁자 매수 의혹
"공기업 사장 등 4자리 중 하나 선택하시라"
황운하가 먼저 송철호에 '만나자' 제안한 것도 의문
'닮은 꼴' 박근혜 사건 참고
2018년 법원 "대통령 직접 개입없어도
명시적·묵시적 승인" 징역 2년 유죄 확정
靑정무수석, 송철호 경쟁자 매수 의혹
"공기업 사장 등 4자리 중 하나 선택하시라"
황운하가 먼저 송철호에 '만나자' 제안한 것도 의문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친구인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 정무수석·민정수석·민정·반부패·사회수석·균형발전·인사비서관실·국정상황실 등 8곳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자세히 적혀 있다.
검찰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에 대한 추가 수사를 예고한 상태에서 청와대 비서관들을 조직적으로 움직인 그 힘의 근원을 추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개입 사건 유죄 판결을 참고해 이번 사건의 공소장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진보 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이 나라 정치문화를 60년 이상 후퇴시킨 아주 중대한 범죄”라고 밝혔다.
박근혜 공천개입 사건 참고한 檢
7일 한 언론이 공개한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서문에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에게는 다른 공무원보다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특별히 요구된다”고 적시됐다.
법조계에선 ‘대통령이나’라는 표현에 주목한다. 현재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의 전모를 밝힐 ‘윗선’이 임종석 전 실장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공소장에는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총 35번 등장하고, '비리'는 41번, '불법'은 8번 나온다. 자칫 더 윗선인 대통령까지도 연루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개입 사건을 참고해 공소장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이 선거 개입 혐의로 2년전 기소하고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를 이번 사건 공소장을 쓸때 상당부분 참고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4·13 총선에서 비박 성향 의원들을 배제하고 친박계 인사들을 국회에 입성시키기 위해 ‘친박 리스트’를 관리하고 불법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검찰로서는 선거개입으로 대통령을 기소한 첫 사례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실행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명시적·묵시적 승인 또는 지시'에 따른 선거 개입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인정했다.
당시 검찰 공소장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친박 인물들이 공천 및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도록 영향력 행사를 종용했다”, “당선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력하게 했다”,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기획의 실시에 관여했다”고 적시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청와대의 시스템적 범죄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박 전 대통령 사례와 유사하다”며 “검찰이 형평성 차원에서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으로 이중잣대를 들이댈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운하는 왜 송철호를 먼저 찾아왔을까
검찰은 A4지 71장 분량 공소장의 절반이 넘는 38장을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의 혐의를 적시하는 데 할애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낙선시키기위한 하명수사의 도화선이 송철호 울산시장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고인 송철호는 피고인 송병기 등을 통해 김기현 울산시장과 그 측근의 비리 의혹을 수집해 오던 중, 2017년 9월 중순경 피고인 황운하로부터 만나자는 제의를 받았다”고 적시했다.
황 전 청장은 2017년 7월 울산경찰청장으로 부임했고 8월엔 당시 부하 직원들에게 “정보경찰이 밥값을 못하고 있다. 선거사건 첩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했다.
법조계에선 부임하자마자 선거사건 첩보 수집을 압박한 것이나 당시 출마도 확정되지 않은 송 시장을 먼저 만나자고 한 점에서 누군가로부터 ‘특명’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송 시장은 2017년 9월 20일 저녁 울산 번영로에 있는 한 식당에서 황 전 청장을 만나 김 전 시장 수사를 청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 전 청장은 김 전 시장에 대해 원하는 수사 결과를 얻지 못하자 일선 경찰들에 “수사의지가 없다”고 비난하며, 인사시즌이 아님에도 좌천성 인사발령을 냈다. 김 전 시장에 대한 표적수사를 숨기기위해 가명 조서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장에는 청와대가 송 시장의 당선을 위해 당내 경쟁후보를 매수한 혐의도 상세히 적시했다. 당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울산시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루앞둔 2018년 2월 12일 임동호 후보에 전화해 “울산에서는 어차피 이기기 어려우니 다른 자리로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 공기업 사장 등 4자리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소속 선임행정관에게 “임동호에 연락해 어느 공직을 원하는지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고, 선임행정관은 임 후보에게 연락해 “어디로 가시겠느냐,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알려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송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단독 후보로 공천됐고, 여론조사에서 큰 격차로 앞서던 김 전 시장은 경찰의 압수수색과 청와대의 송 시장 공약 지원 등이 이뤄진 뒤 낙선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검찰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에 대한 추가 수사를 예고한 상태에서 청와대 비서관들을 조직적으로 움직인 그 힘의 근원을 추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개입 사건 유죄 판결을 참고해 이번 사건의 공소장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진보 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이 나라 정치문화를 60년 이상 후퇴시킨 아주 중대한 범죄”라고 밝혔다.
박근혜 공천개입 사건 참고한 檢
7일 한 언론이 공개한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서문에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에게는 다른 공무원보다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특별히 요구된다”고 적시됐다.
법조계에선 ‘대통령이나’라는 표현에 주목한다. 현재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의 전모를 밝힐 ‘윗선’이 임종석 전 실장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공소장에는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총 35번 등장하고, '비리'는 41번, '불법'은 8번 나온다. 자칫 더 윗선인 대통령까지도 연루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개입 사건을 참고해 공소장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이 선거 개입 혐의로 2년전 기소하고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를 이번 사건 공소장을 쓸때 상당부분 참고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4·13 총선에서 비박 성향 의원들을 배제하고 친박계 인사들을 국회에 입성시키기 위해 ‘친박 리스트’를 관리하고 불법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검찰로서는 선거개입으로 대통령을 기소한 첫 사례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실행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명시적·묵시적 승인 또는 지시'에 따른 선거 개입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인정했다.
당시 검찰 공소장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친박 인물들이 공천 및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도록 영향력 행사를 종용했다”, “당선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력하게 했다”,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기획의 실시에 관여했다”고 적시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청와대의 시스템적 범죄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박 전 대통령 사례와 유사하다”며 “검찰이 형평성 차원에서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으로 이중잣대를 들이댈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운하는 왜 송철호를 먼저 찾아왔을까
검찰은 A4지 71장 분량 공소장의 절반이 넘는 38장을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의 혐의를 적시하는 데 할애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낙선시키기위한 하명수사의 도화선이 송철호 울산시장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고인 송철호는 피고인 송병기 등을 통해 김기현 울산시장과 그 측근의 비리 의혹을 수집해 오던 중, 2017년 9월 중순경 피고인 황운하로부터 만나자는 제의를 받았다”고 적시했다.
황 전 청장은 2017년 7월 울산경찰청장으로 부임했고 8월엔 당시 부하 직원들에게 “정보경찰이 밥값을 못하고 있다. 선거사건 첩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했다.
법조계에선 부임하자마자 선거사건 첩보 수집을 압박한 것이나 당시 출마도 확정되지 않은 송 시장을 먼저 만나자고 한 점에서 누군가로부터 ‘특명’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송 시장은 2017년 9월 20일 저녁 울산 번영로에 있는 한 식당에서 황 전 청장을 만나 김 전 시장 수사를 청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 전 청장은 김 전 시장에 대해 원하는 수사 결과를 얻지 못하자 일선 경찰들에 “수사의지가 없다”고 비난하며, 인사시즌이 아님에도 좌천성 인사발령을 냈다. 김 전 시장에 대한 표적수사를 숨기기위해 가명 조서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장에는 청와대가 송 시장의 당선을 위해 당내 경쟁후보를 매수한 혐의도 상세히 적시했다. 당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울산시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루앞둔 2018년 2월 12일 임동호 후보에 전화해 “울산에서는 어차피 이기기 어려우니 다른 자리로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 공기업 사장 등 4자리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소속 선임행정관에게 “임동호에 연락해 어느 공직을 원하는지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고, 선임행정관은 임 후보에게 연락해 “어디로 가시겠느냐,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알려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송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단독 후보로 공천됐고, 여론조사에서 큰 격차로 앞서던 김 전 시장은 경찰의 압수수색과 청와대의 송 시장 공약 지원 등이 이뤄진 뒤 낙선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