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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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대출 규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12·16대책이 발표된 후,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에서는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저가 주택이 많은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가격이 뛰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와 투자자들 모두가 관심을 가지면서 ‘9억원’을 기준으로 한 갭 메우기와 ‘풍선효과’로 보고 있다.

◆9억 아랫집 몰린 '노도강' 강세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상계역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 분양권이 지난해 말 8억9900만원에 팔렸다. 작년 초만 해도 5억원대 중반에 팔렸다. 서울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단지지만 집값이 채 1년도 안돼 3억원 넘게 뛰었다.

인근에 지어진 지 11년 된 아파트인 ‘노원아이파크’도 올 초 신고가에 거래됐다. 전용 138㎡(9층)의 주택형이 6억5800만원에 팔렸다. 두달 전인 11월 초만 하더라도 5억5000만원에 매매 거래됐지만 그새 웃돈이 1억원 이상 붙었다. 이 밖에 30년 이상 된 '상계주공1~3, 6, 9, 10단지'에서도 줄줄이 최고가가 나왔다.

도봉구와 강북구에서도 집값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중이다.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7억7000만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현재 호가는 8억원 이상으로 뛰었다. 이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B공인 관계자는 “12·16 대책 이후 투자 문의가 늘면서 호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강북에선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84㎡가 지난달 5억8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최고가를 찍었다. 같은 시기에 번동 주공4단지 전용 84㎡도 4억9000만원에 팔리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12·16대책, 결국 '강남'만 잡았다…노도강 아파트 수억원씩 '급등'
◆중저가 주택 밀집지역으로 수요 이동

이처럼 서울 외곽에서 집값 급등이 나타나고 있는 까닭은 정부의 대출 규제 이후 ‘갭 메우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는 정부 정책으로 15억원 초과 아파트가 거래가 10분의 1로 급감했다. 그러면서 강남 집값은 한풀 꺾인 반면 노도강 등의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몰린 지역에서는 집값이 되레 올라 ‘갭 메우기’ 현상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및 수도권에서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 건수는 185건에 불과했다. 발표 전 약 50일간 거래건수가 1900건을 넘어 섰던 것과 비교하면 15억원 초과 아파트 매매거래가 9%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작년 집값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지역 중 하나인 반포동에선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가 12‧16 대책 이후 호가가 약 1억원 하락한 28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인근 A공인 대표는 "아크로리버파크나 아크로리버뷰 등 고급 단지를 중심으로 기존에 내놨던 매물을 1억~2억원 정도 호가를 낮춰 다시 내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매수자들의 문의가 많이 줄어 계약이 쉽게 체결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 통계만 봐도 최근 강남3구의 집값은 내림세가 뚜렷하다. 지난주 0.03% 내렸던 강남구는 이번주 0.05% 떨어지며 하락폭을 키웠다. 서초구도 지난주 0.01% 하락한 데 이어 이번주 0.04% 내려 감소세가 가팔라졌다. 송파구도 0.04% 하락하며 지난주(-0.01%)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그동안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노도강 지역의 오름폭이 확대됐다. 노원구는 지난주 0.05%에서 이번주 0.07%로 오름폭이 확대됐고, 도봉구는 전주 0.03%에서 이번주에는 0.06%로 상승폭이 2배가 됐다. 강북구도 지난주 0.06%에서 이번주 0.07%로 오름폭이 커졌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강남 등 단기간에 급등한 지역은 대출규제의 영향을 받아 예상보다 집값 조정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시중 유동성이 서울 외곽으로 흘러가면서 6억~7억원 아파트들이 9억원에 근접한 가격으로 올라서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