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예진의 토요약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왜 에이즈약을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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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유발 바이러스에 공통점
에볼라·C형 간염약도 후보군
사스처럼 치료제 개발 난항 예상
에볼라·C형 간염약도 후보군
사스처럼 치료제 개발 난항 예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치료제 후보로 에이즈 약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는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를 개발한 미국 제약사 애브비는 이달 들어 주가가 약 10% 올랐습니다. 길리어드도 최근 6개월 새 주가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회사는 에이즈 약을 비롯해 에볼라, C형 간염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약물들이 신종 코로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신종 코로나에 에이즈 약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에이즈 바이러스는 지질로 된 막으로 둘러싸인 외피 보유 RNA 바이러스입니다. 그래서 에이즈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약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추정하는 겁니다. 신종 코로나에 걸리는 사람들이 에이즈에도 쉽게 감염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과정과 생존 환경, 특성부터 감염 경로도 다르기 때문에 두 질병 간 연관 관계는 없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에이즈 치료제를 비롯해 다양한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이런 약물들은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일 뿐입니다. 열쇠를 제작할 시간이 없으니 이미 만들어져 있는 열쇠를 다 꺼내서 맞춰보고 열리기를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환자에게 약을 투여하려면 원래는 동물과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해 독성을 테스트하고 그다음 환자에게서 효과를 보여야 하는데요. 신종 코로나는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없고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기존에 허가받은 약물은 안전성과 효능이 어느 정도 입증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우선 환자에게 사용해보는 겁니다.
에이즈 치료제 중에서는 앞서 언급한 칼레트라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약은 2004년 사스 환자의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1번과 4번 환자도 칼레트라를 투여받았습니다. 1번 환자는 입원한 지 11일 만에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고 퇴원했죠. 하지만 에이즈 치료제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보기엔 이릅니다. 약의 효능을 파악하려면 약을 먹지 않은 환자와 비교해야 하는데 위급한 환자에게 아무런 약을 먹이지 않고 내버려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에이즈 치료제가 효과가 좋지 않고 부작용만 크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현재 시험 중인 다른 약물도 신종 코로나에 작용하는 기전이 불분명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에볼라 치료제는 동물 시험에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확인됐지만 신종 코로나에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C형 간염 치료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RNA 중합 효소를 3차원으로 모델링한 결과, 이 두 가지 약물이 결합할 수 있다는 이론상 근거를 발견한 건데요. 가상 시험이기 때문에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이 필요합니다. 최근 후보군으로 떠오른 독감 치료제 아르비돌(사진)도 체외 세포 실험에서 억제 효과를 보인 것일 뿐입니다. 특정 환자에게서만 효과를 보일 수 있고 어떤 이상 반응이 나타날지도 알 수 없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질병인 사스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치료제가 있었다면 가장 적합한 약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사스와 메르스 치료제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신종 코로나 치료제가 단기간에 개발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우연에 기대야 하는 상황입니다. 퍼즐 조각처럼 딱 맞는 약물이 발견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ace@hankyung.com
신종 코로나에 에이즈 약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에이즈 바이러스는 지질로 된 막으로 둘러싸인 외피 보유 RNA 바이러스입니다. 그래서 에이즈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약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추정하는 겁니다. 신종 코로나에 걸리는 사람들이 에이즈에도 쉽게 감염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과정과 생존 환경, 특성부터 감염 경로도 다르기 때문에 두 질병 간 연관 관계는 없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에이즈 치료제를 비롯해 다양한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이런 약물들은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일 뿐입니다. 열쇠를 제작할 시간이 없으니 이미 만들어져 있는 열쇠를 다 꺼내서 맞춰보고 열리기를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환자에게 약을 투여하려면 원래는 동물과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해 독성을 테스트하고 그다음 환자에게서 효과를 보여야 하는데요. 신종 코로나는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없고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기존에 허가받은 약물은 안전성과 효능이 어느 정도 입증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우선 환자에게 사용해보는 겁니다.
에이즈 치료제 중에서는 앞서 언급한 칼레트라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약은 2004년 사스 환자의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1번과 4번 환자도 칼레트라를 투여받았습니다. 1번 환자는 입원한 지 11일 만에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고 퇴원했죠. 하지만 에이즈 치료제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보기엔 이릅니다. 약의 효능을 파악하려면 약을 먹지 않은 환자와 비교해야 하는데 위급한 환자에게 아무런 약을 먹이지 않고 내버려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에이즈 치료제가 효과가 좋지 않고 부작용만 크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현재 시험 중인 다른 약물도 신종 코로나에 작용하는 기전이 불분명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에볼라 치료제는 동물 시험에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확인됐지만 신종 코로나에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C형 간염 치료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RNA 중합 효소를 3차원으로 모델링한 결과, 이 두 가지 약물이 결합할 수 있다는 이론상 근거를 발견한 건데요. 가상 시험이기 때문에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이 필요합니다. 최근 후보군으로 떠오른 독감 치료제 아르비돌(사진)도 체외 세포 실험에서 억제 효과를 보인 것일 뿐입니다. 특정 환자에게서만 효과를 보일 수 있고 어떤 이상 반응이 나타날지도 알 수 없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질병인 사스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치료제가 있었다면 가장 적합한 약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사스와 메르스 치료제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신종 코로나 치료제가 단기간에 개발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우연에 기대야 하는 상황입니다. 퍼즐 조각처럼 딱 맞는 약물이 발견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