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 투자액보다 2천600억 적어…가격조정 후 대규모 투자손실 현실화할 듯
분쟁조정·소송 등 본격화 전망…판매사·금감원, 라임에 상주인력 파견
라임 펀드 자산 3.8조로 축소…40% 환매 중단 상황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 중 환매가 중단된 펀드의 자산 비중이 4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금의 현재 실질 가치인 순자산은 투자원금인 설정액보다 2천600억원 적은 상태다.

이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손실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라임자산운용은 오는 14일 환매가 중단된 2개 모(母)펀드에 대해 자산가격 재조정에 나설 예정이어서 순자산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규모가 더 커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향후 투자자들의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신청과 소송 등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재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 269개의 순자산은 3조8천307억원에 그쳤다.

이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 등이 제기되기 시작한 지난해 7월 말보다 2조2천억원 적은 것이다.

라임자산운용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지며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운용 규모는 대폭 줄었고 올해 들어 순자산 규모는 4조원 선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환매가 중단된 3개 모펀드의 자산 규모가 1조5천587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이달 6일 현재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 자산 중 40.7%는 환매가 중단된 상태인 셈이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국내 사모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플루토 FI D-1호',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국내 메자닌에 주로 투자하는 '테티스 2호', 해외 무역금융 관련 자산에 투자한 '플루토 TF 1호(무역금융펀드)'에 대해 환매 중단 결정을 내렸다.

플루토·테티스 펀드에 투자해 추가로 환매 중단 우려가 제기된 '크레디트인슈어런스 무역금융펀드'까지 고려하면 환매가 중단되거나 중단될 우려가 제기되는 금액은 1조6천679억원으로 라임자산운용 전체 펀드 자산 대비 비중은 43.5%로 커진다.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 자산 중 43.5%는 환매가 중단된 상태거나 이후 중단될 가능성이 큰 상황인 것이다.

현재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의 자산 규모는 투자금보다 적은 상태가 됐다.

이달 6일 현재 라임자산운용 전체 펀드의 설정액은 4조884억원으로 순자산보다 2천577억원 많다.

투자 원금인 설정액이 운용 결과에 따른 현재 실질 가치인 순자산보다 많다는 것은 그만큼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9월 말까지는 순자산이 설정액보다 컸지만 10월부터 역전 현상이 벌어졌고 격차는 갈수록 커졌다.

투자로 수익을 보다가 손실을 보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라임자산운용이 오는 14일 2개 모펀드에 대한 자산 가격조정 결과를 발표하면 투자 손실은 대폭 확대될 것을 보인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환매가 중단된 펀드 자산 1조5천587억원 중 플루토·테티스 2개 모펀드에 대한 실사 결과를 지난 7일 삼일회계법인에서 넘겨받았고 그 결과와 업계 모범규준 등을 참고해 2개 모펀드에 대한 자산별 적정가치를 재산정해 14일 발표할 계획이다.
라임 펀드 자산 3.8조로 축소…40% 환매 중단 상황
삼일회계법인은 라임자산운용에 자산별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을 일정 범위로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사 중간 평가 당시 50% 이상 회수 가능하다고 해서 손실률이 40%에서 45% 정도로 나올 것 같다"며 "개별 자산에 대한 미세조정이 필요할 테니 가격 산정을 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이 증권사 3곳과 맺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문제는 일반 투자자들의 대규모 투자 손실을 가져올 또 다른 요인이다.

라임자산운용은 환매가 중단된 3개 모펀드와 관련해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KB증권과 6천800억원 규모의 TRS 계약을 맺었는데 이들 증권사는 해당 모펀드에서 일반 투자자들보다 먼저 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증거금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며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일종의 자금 대출이다.

계약상 펀드 자산을 처분할 경우 일반 투자자보다 선순위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금감원은 이들 증권사가 양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보기 위해 라임자산운용과 펀드 판매사가 이들 증권사와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자산 회수 문제를 논의할 것을 주문했지만 증권사들은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만약 펀드 손실률이 40%라고 가정할 경우 환매가 중단된 펀드 자산 1조5천587억원은 9천400억원 수준으로 줄게 되고 여기에서 증권사들이 6천800억원의 TRS 계약액을 먼저 회수하면 펀드 자산은 2천600억원만 남게 된다.

물론 손실률에 따라 수치는 달라진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대규모 투자 손실은 수순으로 보여 향후 금감원 분쟁 조정과 소송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은 손실이 확정돼야 진행할 수 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자들은 이미 라임자산운용과 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데 이어 추가 고소를 예고했다.

펀드 판매사들도 라임자산운용에 속았다며 소송전을 벌일 태세다.

오는 12일 펀드 판매사들이 라임자산운용에 관리 인력 3~4명을 보내는 데 이어 금감원은 13일 검사역 2명을 파견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라임자산운용에서 매일 보고만 받았지만 이제 직원이 현장에 직접 가서 상황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체크할 것"이라며 "이견 조율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중재가 필요하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