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1년여 만에 국내 비만약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다이어트 주사제 ‘삭센다’가 온라인에서 불법 거래되고 있다. 처방전도 없이 주사를 구입해 맞은 탓에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살빼는 주사 '삭센다'…맘카페서 불법 유통
충남지역의 한 직거래 온라인 카페에서는 지난달 28일 “삭센다 4펜을 2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이 올라온 지 3분도 안 돼 개당 가격이 얼마인지를 묻는 댓글이 달렸고, 하루 만에 ‘판매 완료’ 표시가 붙었다. 삭센다는 2018년부터 국내에서 시판된 비만치료용 자가주사제다. “맞으면 식욕이 감퇴한다”는 입소문을 타고 삭센다는 2018년 4분기 56억원의 매출을 올린 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삭센다가 인기를 끌면서 맘카페와 다이어트 정보공유 카페 등에선 해당 주사제를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병원을 문의하는 게시글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삭센다는 3mL가 1펜이라는 단위로 판매되는데 보통 1~4주간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펜당 13만~15만원 선으로, 의사 처방이 필요하고 의료기관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삭센다의 인기는 일부 병원의 ‘밀어내기식’ 판매를 부추겼다. 대한의사협회는 1펜을 팔 때마다 환자 대면 진료와 투약 교육을 하도록 권고했지만 일부에서는 한꺼번에 5펜 이상씩 처방해주기도 했다. 시가보다 가격을 30% 이상 낮춰 9만~10만원까지 떨어뜨리는 병원도 생겨났다.

살빼는 주사 '삭센다'…맘카페서 불법 유통
아예 처음부터 의사를 거치지 않고 주사를 판매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2018년 국내로 수입된 삭센다 물량은 76만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2018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삭센다 처방전이 발행된 건수는 8만3306건에 불과했다. 의료업계에선 삭센다 상당수가 의료진 처방 없이 불법 거래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삭센다 900개를 SNS에서 불법 유통한 병원 직원 등 5명을 적발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처방전 없이 삭센다를 투약하는 사례가 늘면서 부작용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부작용을 고려해 1~2주마다 병원 처방을 받아 투약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