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럽연합(EU) 제품에 징벌적 관세를 매기면서 미국의 프랑스 와인 수입량이 한 달 만에 반 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작년 11월 프랑스의 대미(對美) 와인 수출액이 전달보다 44% 감소했다고 8일(현지시간) 전했다. 장밥티스트 르무안 프랑스 외무 차관은 전날 “미국의 관세가 프랑스 와인 농가에 큰 충격을 줬다”며 “EU에 프랑스 와인 업계의 손실 보전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프랑스산 와인의 최대 수입국이다. 미국의 보복 관세는 프랑스 와인 중에서도 저가의 대중적인 품목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의 프랑스 와인 수입량은 지난해 10월 1억3000만달러에서 11월 5710만달러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작년 12월 수입량도 5570만달러에 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불법 보조금을 문제 삼아 75억달러 규모의 EU 회원국 생산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당시 EU에서 수입되는 에어버스 항공기에는 10%, 프랑스 와인·스코틀랜드 위스키·이탈리아 치즈 등을 포함한 농산물과 공산품에는 25%의 징벌적 관세를 매겼다. 르무안 차관은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미국의 관세가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며 “특히 지난가을부터 와인 수출량에 큰 타격을 줬다”고 말했다.

프랑스 와인 업계는 미국이 프랑스 상품을 겨냥한 추가 관세를 발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프랑스 정부가 미국의 거대 정보기술(IT) 업체에 부과하려는 디지털세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샴페인, 와인 등 프랑스 상품에 10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