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확산에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 줄하향
글로벌 경제 기관들이 잇따라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대폭 낮추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1분기 성장률이 0%에 그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중국 경제의 예상치 못한 둔화는 글로벌 경제도 끌어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지난 7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연 5.7%에서 연 5%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신종 코로나의 확산으로 경제 충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내년 성장률은 올해 잃은 만큼 반등해 연 6.4%로 당초 예측(5.6%)보다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월가도 줄줄이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있다. 리서치회사인 에버코어 ISI의 에드 하이먼 회장은 이날 CNBC 방송에 나와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사람들이 외출도 않고 쇼핑도 하지 않는다"며 "중국 경제는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P모간도 중국의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1%로 낮췄다. JP모간의 니콜라오스 판걸조글루 전략가는 "신종 코로나가 예상치 못하게 다시 퍼질 커다란 위험이 있다"면서 "중국 내 공장이 재가동하고 사람들의 접촉이 늘어날 때 중국 내 확진자는 다시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씨티그룹은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연 5.8%에서 연 5.5%로 낮췄고, 맥쿼리도 연 5.9%에서 연 5.6%로 하향했다. 노무라도 중국의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6.1%를 대폭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연 6.1% 성장해 1990년 이후 가장 느린 성장세를 기록했었다.

중국 경제 둔화는 세계 경제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연 2.8%에서 연 2.5%로 낮췄다.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종 코로나는 중국과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올해 세계 경제는 잠재 성장률(2.8%)을 밑도는 상황이 벌어져 실업자가 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영국의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연 2.5%에서 2.3%로 낮췄다.

미 중앙은행(Fed)은 이날 반기통화정책보고서를 발표하고 신종 코로나가 미국 경제 전망의 새 위험요인으로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Fed는 "코로나 확산은 중국 경제의 혼란을 촉발할 수 있고, 세계 경제의 다른 지역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부진할 위험은 작년 말부터 감소해왔다"면서 낙관론을 유지했다.

에버코어 ISI의 하이먼 회장도 "미국 경제는 2003년 사스가 발생했을 때 오히려 성장을 가속했다"면서 코로나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