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회식, 여행 등 외부 활동이 크게 줄어들면서 농·축산물과 비행기표값 등이 급락하고 있다. 돼지고기값이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킹크랩 가격은 중국으로 수출될 물량이 국내에 풀리면서 전주보다 20% 이상 하락했다. 여행객이 줄어들자 김포에서 제주로 가는 특가항공권이 커피 한 잔 값에 팔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9일 서울의 한 수산시장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수산물을 사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9일 서울의 한 수산시장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수산물을 사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1주일 새 20% 떨어진 킹크랩 가격

9일 축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평균 돼지고기 가격(도매 기준)은 ㎏당 2923원을 기록했다. 1월 돼지고기값이 2000원대로 떨어진 것은 2013년 이후 7년 만이다. 돼지고기값은 이달 들어서도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전국 평균 도매가격은 ㎏당 2986원으로 농가가 주장하는 평균 생산비(4200원)보다 1000원 넘게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이어 ‘우한 폐렴’까지 발생하면서 부정적인 이슈가 이어지자 돼지고기 소비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 순화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유하 씨는 “설 연휴 이후 회식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저녁시간이면 100여 석의 테이블이 거의 들어찼지만 요즘은 10석 채우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전량 수입하는 킹크랩 등 수입 수산물 가격도 우한 폐렴의 여파로 하락했다. 수입 수산물 소비와 유통이 사실상 막힌 중국으로 향하던 물량이 국내에 풀렸기 때문이다. 노량진수산시장에 따르면 지난주 킹크랩 평균 경락시세는 ㎏당 4만7300원으로 전주(6만2000원)보다 20% 떨어졌다. 수산물 정보 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에서도 지난 8일 러시아산 블루 킹크랩(A급·중) 소매 시세가 ㎏당 5만6000원으로 1월 중순(7만7500원)보다 28%가량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다.

민정기 송도어점 대표는 “공급이 크게 늘면서 킹크랩 낙찰가가 떨어진 것이 소매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며 “킹크랩 가격이 폭락했다는 소문에 포장이나 배달 서비스를 통해 주문하는 손님이 늘면서 4만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던 가격이 그나마 조금 회복됐다”고 말했다.

소비 직격탄…제주 왕복항공권이 8000원, 돼지고기값 7년來 최저
택시보다 저렴해진 제주행 항공료

전염병 여파로 여행객이 줄면서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13일(목요일) 서울 김포공항에서 제주로 출발하는 항공권(유류할증료 제외)을 3000원에 팔고 있다. 이스타항공에서도 같은 날짜 동일한 노선의 항공권을 4000원에 판매 중이다. 왕복 8000원에 김포에서 제주를 다녀 온 승객도 나왔다. 목요일과 금요일은 주말을 끼고 여행을 다녀올 수 있기 때문에 평일 중에서도 항공권 가격이 비싼 편이다. 하지만 제주를 방문했던 중국인이 확진 판정을 받자 서울택시 기본요금(3800원)과 비슷한 수준에서 발매가 이뤄지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는 2월이 비수기여서 항공료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목요일 요금조차 3000원대로 추락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일요일 저녁에 제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표도 요즘은 3만~4만원대인데 평소(10만원대)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삼농가는 때 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우한 폐렴에 대비하는 방책으로 면역력 증강에 효과가 있는 인삼의 효능에 주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1월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전국 11개 인삼농협의 홍삼제품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고기령 백제금산인삼농협 유통사업본부장은 “인삼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때마다 인기를 끌었다”며 “설 이후엔 잠시 소비가 단절되기 마련인데 우한 폐렴으로 주문량이 평상시보다도 15%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순신/노유정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