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지향 없는 '도로 호남당'
읍소 통할지 유권자 판단 '주목'
김우섭 정치부 기자 duter@hankyung.com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지난 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의 통합 추진에 대해 “호남 내부에선 다 같은 식구”라며 이같이 말했다.
호남 지역에서 지지율이 높은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을 향해 “진보 정권 재창출에 확실한 역할을 할 것”이란 구애도 잊지 않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새롭게 구성될 정당이 여당의 ‘2중대’라는 걸 홍보하는 건 ‘친박연대’ 이후 처음”이라며 “‘나만 당선되면 된다’는 식의 급조 정당의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3지대 통합’을 명분으로 새롭게 탄생할 ‘호남 통합신당’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 세 정당이 각자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이합집산한 정당이라는 혹평이 잇따르면서다. 정치적 지향점 없이 각자의 ‘생명 연장’을 위해 모였다는 의미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안철수 전 의원의 복귀 이후 대표직 사퇴를 두고 극심한 내분에 시달리다 급기야 당내 현역 의원의 연쇄 탈당에 직면했다. 사실상 홀로 서야 했던 손 대표에게 통합 논의는 당내 호남 의원들을 붙잡을 수밖에 없는 최후의 출구 전략이다.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은 ‘제2야당’이란 명패가 필요했다. 몸집을 불려 ‘제1야당 심판론’을 부각해야 21대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치권에선 지역주의 청산 기조 속에 등장할 ‘도로 호남당’을 둘러싼 우려가 적지 않다. 호남 통합신당은 안 전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에서 분열한 뒤 선거를 앞두고 모인 정당이다. 민주평화당은 2018년 2월 당시 국민의당이 보수적인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것을 반대하며 탄생했다. 민주평화당은 다시 일부 의원이 빠져나와 대안신당으로 나뉘어졌다.
4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한 이 정당을 향한 호남지역 유권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다. 호남 지역에서 또 나타난 구태의연한 지역주의 정치를 심판하겠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바른미래당 당원은 “결국 호남 민심에 기댄 지역주의 정당을 다시 한 번 뽑아달라는 것에 불과하다”며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지역 대립 구도를 이번 총선에서 마지막으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제3지대 통합을 명분으로 한 어색한 물리적 결합이 총선에서 파괴력을 발휘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호남 통합신당 의원들은 호남 지역 28석 중 절반까지도 차지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정치적 비전 제시도 없이 한 번만 더 믿어달라”는 지역주의 읍소가 이번에도 통할지 유권자들의 판단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