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어지는 해' 아닌데다 신종코로나에 대규모 행사 부담 관측

북한이 정규군 창설 72주년(1948년 2월 8일)을 맞은 올해 '조용한 건군절'을 보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1면에 전날 건군절 72주년을 맞아 인민군 장병 등이 전국 각지에 있는 김일정·김정일 동상을 찾았다는 기사와 함께 만수대언덕의 동상에서 이뤄진 '단체 헌화' 사진 한 장만 실었다.

또 "동상 앞에는 우리 당과 국가, 무력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보내신 꽃바구니가 놓여 있었다"고 짤막하게 언급한 것이 전부다.

신문을 포함한 북한 매체들은 건군절을 앞둔 7일부터 인민군의 역사나 김일성 주석의 정규군 창설 일화 등을 다루며 분위기를 띄우긴 했지만, 이날 현재까지 보도를 종합하면 별다른 대규모 행사는 열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북한이 건군절에 열병식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보도가 없는 것으로 볼 때 개최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통상 건군절을 하루 앞두고 개최하던 중앙보고대회도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개최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군 당국은 건군절 당일 열병식 등의 특이동향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북한은 통상 건군절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에 열병식을 개최했다.

건군절 70주년이던 2018년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한 바 있다.

북한 '조용한 건군절' 보낸 듯…김정은도 두 주째 '두문불출'(종합)
김정은 위원장의 '두문불출'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후 한 해도 빠뜨리지 않고 건군절을 전후해 군 관련 행보를 했다.

대표적으로 건군절 70주년이던 2018년에는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했고, 북미 경색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17년에는 '군 창건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 군종합동타격시위를 참관했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정주년은 아니었지만, 건군절 당일 인민무력성을 축하 방문하고 경축 공연을 관람하며 군의 사기를 북돋아 준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이날 현재까지 김 위원장의 군 관련 행보가 일절 보도되지 않고 있다.

모습을 드러낸 공개활동 자체도 약 2주 전인 지난달 25일 부인 리설주 여사와 고모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 김여정 제1부부장 등과 함께 설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올해 건군절이 정주년이 아닌 데다 북미대화 교착 국면에서 불필요한 자극을 자제하며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 등을 지켜보며 향후 전략을 고심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의 전 세계적인 확산에 전 국가적인 방역 대책을 펼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공개활동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지난 2014년의 경우 건군절 당일 이후 이틀이 지나서야 김 위원장이 '장거리포병구분대 포사격 훈련 지도'가 보도된 사례도 있는 만큼, 시차를 두고 보도하는 북한 매체 특성상 뒤늦게 보도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북한의 건군절은 정규군이 창설(1948년)된 2월 8일로, 1978∼2017년에는 김일성 주석이 항일유격대를 조직(1932년)했다는 4월 25일로 기념해 오다가 2018년부터 다시 현재로 바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