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IFRS 원칙회계로 투자자 신뢰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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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은 제도·시스템보다
'투자자 신뢰' 확보 앞세워야
실질을 반영한 회계정보 중요"
박재환 <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
'투자자 신뢰' 확보 앞세워야
실질을 반영한 회계정보 중요"
박재환 <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
최근 A사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과 일부 증권사의 자금 회수 시도로 펀드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생긴 일이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제도와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도만 잘 갖췄다고 사회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국가가 비슷한 정치·경제제도를 표방하고 비슷한 시스템을 운용하지만 국가적 현실은 제각각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대표작 《트러스트(Trust)》에서 사회가 지닌 신뢰의 수준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결정되고 그 사회의 경제적 성장과 번영이 창출된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오랜 역사의 유가증권시장과 혁신 벤처기업 중심의 코스닥시장이 있다. 코스닥시장이 완화된 시장 진입 규정과 강화된 상장 유지 및 퇴출 규정을 갖고 있긴 하나, 두 시장의 제도 틀은 비슷하다. 그런데도 1996년 코스닥시장 출범 이후 네이버, 셀트리온 등 100여 개 회사가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했다. 코스닥시장의 신뢰 저하 때문이었다.
올 들어서도 ‘현대자동차 1차 납품업체 B사 무자본 인수합병(M&A)에 휘말려 고초’란 제목의 기사와 함께 ‘지난해 무자본 M&A 표적 24곳’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연매출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률 10% 수준의 우량 기업이었던 B사가 무자본 M&A 대상이 되면서 작년 9월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다.
또 다른 불공정 거래 기사를 살펴보자. 3년간 영업이익률 30% 안팎을 유지하던 C사는 무자본 M&A로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후 횡령, 배임, 고소 등 복잡한 소송에 얽히면서 감사인 의견거절로 결국 상장폐지됐다. 적은 돈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내부 자금을 유용·횡령하면서 주가를 조작하는 기업사냥꾼 세력, 이와 결탁한 오너의 부정 비리로 상장폐지된 기업이 최근 10년간 325개사에 이른다. 이와 관련된 개인투자자 피해도 최대 수십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두 기사는 내용의 차이가 없으나 일시는 8년여 차이가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비슷한 불공정 사례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원칙중심 회계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고 신외감법이 시행되고 있다. 감사인이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지난해 3월 감사인의 의견변형이 급증했다. 의견거절은 35개사로 전기보다 10개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견거절의 약 80%를 코스닥시장 기업이 차지하고 있으며, 코스닥시장 의견거절 기업은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중요한 감사 범위 제한으로 감사인이 충분하고 신뢰할 만한 감사 증거를 획득할 수 없는 경우 감사인은 의견을 밝히지 않는다.
올해도 상당수 기업이 의견거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계대란’이 또다시 언급되고 있지만 본질은 기업의 낮은 신뢰에서 기인하는 시장의 ‘신뢰대란’이다. 수년간 지속돼온 투자자로부터의 낮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시장에 충격이 생길 수 있다. 필요하다면 회계와 시장조치를 분리해 시장의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 작년에도 의견거절 기업에 대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1년 유예하는 시장조치를 취했다.
회계는 실질을 반영해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실질 없는 무자본 M&A는 분식회계로 이어지게 마련이며, 실질을 반영하는 회계는 초기 단계부터 이를 탐지한다.
감독당국의 제재는 사후 조치다. 상장폐지되고 회사가 망가진 뒤에 설사 제재한다고 해도 그 피해는 수많은 개인투자자와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감사인의 깐깐한 잣대로 분기, 반기, 연말 주기적으로 이어지는 IFRS 원칙중심의 실질 회계가 정착된다면 실질 없는 무자본 M&A는 발붙이기 어렵다. 실질을 반영하는 원칙회계는 형식과 외관만 갖춘 불공정 거래를 인정하지 않는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제도와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도만 잘 갖췄다고 사회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국가가 비슷한 정치·경제제도를 표방하고 비슷한 시스템을 운용하지만 국가적 현실은 제각각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대표작 《트러스트(Trust)》에서 사회가 지닌 신뢰의 수준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결정되고 그 사회의 경제적 성장과 번영이 창출된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오랜 역사의 유가증권시장과 혁신 벤처기업 중심의 코스닥시장이 있다. 코스닥시장이 완화된 시장 진입 규정과 강화된 상장 유지 및 퇴출 규정을 갖고 있긴 하나, 두 시장의 제도 틀은 비슷하다. 그런데도 1996년 코스닥시장 출범 이후 네이버, 셀트리온 등 100여 개 회사가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했다. 코스닥시장의 신뢰 저하 때문이었다.
올 들어서도 ‘현대자동차 1차 납품업체 B사 무자본 인수합병(M&A)에 휘말려 고초’란 제목의 기사와 함께 ‘지난해 무자본 M&A 표적 24곳’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연매출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률 10% 수준의 우량 기업이었던 B사가 무자본 M&A 대상이 되면서 작년 9월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다.
또 다른 불공정 거래 기사를 살펴보자. 3년간 영업이익률 30% 안팎을 유지하던 C사는 무자본 M&A로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후 횡령, 배임, 고소 등 복잡한 소송에 얽히면서 감사인 의견거절로 결국 상장폐지됐다. 적은 돈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내부 자금을 유용·횡령하면서 주가를 조작하는 기업사냥꾼 세력, 이와 결탁한 오너의 부정 비리로 상장폐지된 기업이 최근 10년간 325개사에 이른다. 이와 관련된 개인투자자 피해도 최대 수십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두 기사는 내용의 차이가 없으나 일시는 8년여 차이가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비슷한 불공정 사례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원칙중심 회계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고 신외감법이 시행되고 있다. 감사인이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지난해 3월 감사인의 의견변형이 급증했다. 의견거절은 35개사로 전기보다 10개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견거절의 약 80%를 코스닥시장 기업이 차지하고 있으며, 코스닥시장 의견거절 기업은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중요한 감사 범위 제한으로 감사인이 충분하고 신뢰할 만한 감사 증거를 획득할 수 없는 경우 감사인은 의견을 밝히지 않는다.
올해도 상당수 기업이 의견거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계대란’이 또다시 언급되고 있지만 본질은 기업의 낮은 신뢰에서 기인하는 시장의 ‘신뢰대란’이다. 수년간 지속돼온 투자자로부터의 낮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시장에 충격이 생길 수 있다. 필요하다면 회계와 시장조치를 분리해 시장의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 작년에도 의견거절 기업에 대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1년 유예하는 시장조치를 취했다.
회계는 실질을 반영해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실질 없는 무자본 M&A는 분식회계로 이어지게 마련이며, 실질을 반영하는 회계는 초기 단계부터 이를 탐지한다.
감독당국의 제재는 사후 조치다. 상장폐지되고 회사가 망가진 뒤에 설사 제재한다고 해도 그 피해는 수많은 개인투자자와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감사인의 깐깐한 잣대로 분기, 반기, 연말 주기적으로 이어지는 IFRS 원칙중심의 실질 회계가 정착된다면 실질 없는 무자본 M&A는 발붙이기 어렵다. 실질을 반영하는 원칙회계는 형식과 외관만 갖춘 불공정 거래를 인정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