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심사 보류 끝에 정봉주 부적격 판정
"국민적 눈높이와 기대에 못 미쳐"
정봉주 "난 부적격 근거 없다" 주장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는 9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오늘 공관위는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예비후보자 부적격 판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공관위는 “정 전 의원이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어 다각적인 논의를 진행해 왔으나, 국민적 눈높이와 기대를 우선하는 공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부적격 판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 미투 및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철저히 '무관용' 입장을 세웠다. 이에 정 전 의원도 사실상 출마가 어렵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민주당은 앞서 영입인재 2호였던 원종건 씨가 '미투 논란'으로 물러나는 등 홍역을 치른 가운데 또다시 미투 논란에 휘말릴 경우 총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 정봉주 "사퇴할 거면 벌써 했다. 내가 왜 출마 의사를 접어야 하나"
민주당의 거듭된 불출마 권고에도 정 전 의원은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아왔다.
그는 "자진해 사퇴할 거면 벌써 했다"며 "부적격 판단을 내릴 근거가 없기 때문에 당에서 적격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관위는 지난 6일에도 후보검증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어 심사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오전에도 여의도 당사에서 예비후보자 면접 직전 회의를 열고 정 전 의원 문제를 논의했지만, 또 심사를 보류했다. 일각에서는 정 전 의원에 대해 재차 판단이 보류된 것을 두고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경우와 같이 스스로 물러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오후에는 이해찬 대표까지 직접 나서서 정 전 의원과 면담을 진행했으나 그는 끝까지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면담을 마친 정 전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총선 이야기는 안 나눴다. (출마를 접으라는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내가 왜 출마 의사를 접어야 되느냐. 부적격 근거가 없는데"라며 거듭 출마 의지를 강조했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2017년 특별 사면됐다.
이후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했으나 미투 운동 당사자로 지목되며 출마를 철회했다.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기자지망생에 대해 호텔에 방문한 적도 없다고 주장하다 당일 카드 내역이 확인되자 보도를 했던 언론사 기자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출마 의사를 밝힌 정 전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당원이 출마의 의사를 밝히고 출마의 절차를 밟는 것은 정당한 민주적 권리이자 헌법적 권리"라며 "혹여, 통보할 의사가 있더라고 개인의 출마를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이 아니다. 근거 없는 악성 루머의 근원을 밝혀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진중권 "정봉주는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
이날 공관위 판단이 나오기에 앞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봉주 씨는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저격했다.
진 교수는 "민주적 소통의 방식을 모르는 사람은 절대 정치인이 돼선 안 된다"면서 "정씨는 감정 조절 능력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같은 나꼼수 멤버로 정 전 의원 지역에 대리 출마한 김용민의 막말로 선거전을 망친 바 있다"고 민주당의 결정을 촉구했다.
금태섭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 출마를 검토한 정 전 의원은 2018년 '성추행 의혹' 보도로 복당 불허 결정을 받은 뒤 관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난 뒤 입당을 허가받았다. 정 전 의원은 금 의원을 두고 "빨간 점퍼 입은 민주당 의원"이라 칭하며 "제거해야한다"고 발언했다.
정 전 의원은 민주당에서 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서 앞으로 공관위 결정을 승복해 불출마하거나 무소속으로 총선 준비를 하는 두가지 선택지를 남기게 됐다.
다음은 민주당 공관위 서면 브리핑 전문.
오늘 공관위는 정봉주 전)의원에 대해 예비후보자 부적격 판정을 의결했다.
정봉주 전)의원이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어 다각적인 논의를 진행해 왔으나, 국민적 눈높이와 기대를 우선하는 공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부적격 판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