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영월에 뜬 YOUNG 月…젊은달와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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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샘박물관 개조한 복합문화공간, 영월 명소로 부상
비운의 왕 단종이 잠든 장릉과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국내 최대 규모의 별마로 천문대, 김삿갓 유적지, 고씨굴, 선돌, 어라연, 한반도 지형, 법흥사, 요선정 요선암. '영월 10경'으로 꼽히는 곳들이다.
이제 여기에 한 곳을 더해야 할 것 같다.
요즘 영월에서 가장 '핫'하다는 주천면의 복합문화공간 젊은달와이파크다.
'영월'이라는 지명을 재미있게 해석한 이름 그대로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다.
◇ 붉은 대나무
입구에서부터 '와!'하는 탄성이 나온다.
하늘을 찌를 듯 힘차게 솟은 '붉은 대나무'숲이다.
붉은 강철 파이프를 이어 만든 대숲은 초록빛 산, 파란 하늘과 대비되면서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보는 방향에 따라 구름과 산, 정자가 대숲과 어우러지며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붉은 대나무'는 대지를 화폭 삼아 대형 설치미술을 하는 최옥영 작가의 작품이다.
강원도 강릉 출신인 최 작가는 강릉의 오죽을 생각하며 대나무숲을 만들었다.
주변 자연의 초록색과 가장 대비되는 붉은색으로 젊은달와이파크의 넘치는 에너지를 표현했다고 한다.
바닥에 그려진 발자국을 따라 대숲을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카페가 먼저 나온다.
이곳 역시 최 작가의 작품들로 장식되어 있다.
커피 맛도 일품이지만, 차만 마시고 나오기에는 아쉬운 곳이다.
입장료를 내고 미술관 안쪽으로 들어가면 탄성을 자아내는 공간이 줄줄이 이어진다.
미술에 별다른 관심이 없더라도 입장료(1만5천원)가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다.
◇ 木星
매표소를 지나면 나무를 겹겹이 쌓아 올린 거대한 돔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목성'이다.
소나무를 쪼개 만든 장작은 어느 하나 같은 것 없이 모양이 제각각이다.
장작 사이 무수한 틈새로 들어오는 햇빛 조각이 별처럼 눈부시게 반짝거린다.
겨울바람이 차갑지만, 신기하게도 돔 안은 포근하고 아늑하게 느껴진다.
우주를 표현했다는데, 거대한 둥지 같기도 하고, 생명을 품은 어머니의 자궁 같기도 하다.
'목성' 안으로 들어온 한 아이가 바닥에 비친 빛을 이리저리 밟으며 신나게 뛰어다닌다.
여름에는 이 바닥에 물을 찰랑찰랑 채운다.
그 위로 빛이 쏟아지면 장관이 연출된다고 한다.
야간에는 바닥에 매트를 깔고 꼭대기에 뚫린 둥근 구멍으로 쏟아지는 별들을 감상하며 명상이나 요가를 하는 체험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안으로 직접 들어오지 않고 사진으로만 봐서는 목성의 규모를 체감하기 힘들다.
돔 높이가 15m에 달하고 꼭대기 구멍은 지름이 3m나 된다.
철골 빔으로 돔의 뼈대를 만든 뒤 장작을 철사로 일일이 묶어 쌓아 올렸다.
작품에 들어간 소나무 장작은 무려 200t에 이른다.
◇ RECYCLE
'목성'에서 나와 나무 터널을 지나면 사방이 꽃으로 뒤덮인 공간이다.
작품명은 '시간의 거울-사임당이 걷던 길'. 만발한 꽃처럼 관람객들의 표정도 환해진다.
가운데 놓인 벤치에서 인증샷을 찍고 나오면 '우주정원'이 나타난다.
목수가 작업하다 남은 나무 파편들을 엮어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용돌이치는 빛을 표현했다.
나무 파편으로 만든 '우주정원'처럼 이곳에 전시된 작품은 버려질 자재를 모아 되살린 것들이 대부분이다.
굵은 체인으로 된 도르래를 엮어 만든 그물 위에 꽃으로 장식한 폐차를 얹은 작품도 있다.
대형 선박에서 쓰다 버려진 이 도르래는 통영의 폐업한 조선소에서 구한 것이다.
하늘로 승천하는 모양의 '검은 드래곤'은 420개의 재생 타이어로 만들었다.
사실 8천평에 달하는 젊은달와이파크 자체가 거대한 재생 공간이다.
이곳에는 원래 술샘 박물관이 있었다.
술이 샘솟는다는 '주천'(酒泉)이라는 지명에서 시작된 박물관이다.
2014년 야심 차게 문을 열었지만 기대만큼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영월군은 관람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박물관 옆에 건물 4개 동으로 구성된 주막거리를 조성했다.
하지만 이 지역 재래시장 상인들의 반발로 건물만 지어놓은 채 운영은 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덩그러니 방치됐던 이곳은 최옥영 작가의 손을 거쳐 작년 6월 젊은달와이파크로 재탄생했다.
기존 건물을 미술관으로 뜯어고치면서 나온 폐자재들도 모두 작품으로 탈바꿈했다.
야외에 설치된 회오리 모양의 '실버 드래곤'이나 은색 정어리 떼를 표현한 '실버피쉬'는 건물 바닥에서 철거한 온돌 파이프로 만든 것이다.
◇ 예술은 보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
'붉은 대나무'나 '목성'처럼 이곳에 있는 작품들은 관람객이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기만 하는 전시물은 아니다.
관람객이 직접 그 속에 들어가 만지고 교감하면서 즐길 수 있다.
야외에 설치된 붉은 파빌리온 역시 관람객이 즐길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간이다.
붉은 강철 파이프로 만든 거대한 구조물 곳곳에 작품이 놓여 있다.
거대한 도마뱀처럼 생긴 '거울 도마뱀' 아래 서서 올려다보면 스테인리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을 볼 수 있다.
붉은 파빌리온의 붉은색 강관이 거울에 비쳐 물결치듯 일렁이면서 도마뱀 무늬처럼 보이기도 한다.
붉은 통로를 지나면 푸른 사슴이 놓인 두 번째 파빌리온이 나온다.
공중에는 그물로 만든 거대한 거미 모양의 '스파이더 웹'이 매달려 있다.
별도의 이용료(5천원)를 내면 직접 거미 모양의 그물 안에 들어가 놀 수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그물에 누워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영월의 자연을 만끽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실내 전시와 야외 설치 작품은 하나의 동선으로 리드미컬하게 이어진다.
야외 설치 작품인 '목성'에서 나와 실내로 들어와 작품들을 구경하고 다시 야외 구조물인 붉은 파빌리온으로 올라가는 식이다.
곳곳이 포토존이어서 관람 내내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 전시관은 술샘 박물관이다.
주막거리의 건물 4개 동은 미술관으로 탈바꿈했지만, 술샘 박물관과 그 안의 전시는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연합뉴스
이제 여기에 한 곳을 더해야 할 것 같다.
요즘 영월에서 가장 '핫'하다는 주천면의 복합문화공간 젊은달와이파크다.
'영월'이라는 지명을 재미있게 해석한 이름 그대로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다.
◇ 붉은 대나무
입구에서부터 '와!'하는 탄성이 나온다.
하늘을 찌를 듯 힘차게 솟은 '붉은 대나무'숲이다.
붉은 강철 파이프를 이어 만든 대숲은 초록빛 산, 파란 하늘과 대비되면서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보는 방향에 따라 구름과 산, 정자가 대숲과 어우러지며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붉은 대나무'는 대지를 화폭 삼아 대형 설치미술을 하는 최옥영 작가의 작품이다.
강원도 강릉 출신인 최 작가는 강릉의 오죽을 생각하며 대나무숲을 만들었다.
주변 자연의 초록색과 가장 대비되는 붉은색으로 젊은달와이파크의 넘치는 에너지를 표현했다고 한다.
바닥에 그려진 발자국을 따라 대숲을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카페가 먼저 나온다.
이곳 역시 최 작가의 작품들로 장식되어 있다.
커피 맛도 일품이지만, 차만 마시고 나오기에는 아쉬운 곳이다.
입장료를 내고 미술관 안쪽으로 들어가면 탄성을 자아내는 공간이 줄줄이 이어진다.
미술에 별다른 관심이 없더라도 입장료(1만5천원)가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다.
◇ 木星
매표소를 지나면 나무를 겹겹이 쌓아 올린 거대한 돔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목성'이다.
소나무를 쪼개 만든 장작은 어느 하나 같은 것 없이 모양이 제각각이다.
장작 사이 무수한 틈새로 들어오는 햇빛 조각이 별처럼 눈부시게 반짝거린다.
겨울바람이 차갑지만, 신기하게도 돔 안은 포근하고 아늑하게 느껴진다.
우주를 표현했다는데, 거대한 둥지 같기도 하고, 생명을 품은 어머니의 자궁 같기도 하다.
'목성' 안으로 들어온 한 아이가 바닥에 비친 빛을 이리저리 밟으며 신나게 뛰어다닌다.
여름에는 이 바닥에 물을 찰랑찰랑 채운다.
그 위로 빛이 쏟아지면 장관이 연출된다고 한다.
야간에는 바닥에 매트를 깔고 꼭대기에 뚫린 둥근 구멍으로 쏟아지는 별들을 감상하며 명상이나 요가를 하는 체험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안으로 직접 들어오지 않고 사진으로만 봐서는 목성의 규모를 체감하기 힘들다.
돔 높이가 15m에 달하고 꼭대기 구멍은 지름이 3m나 된다.
철골 빔으로 돔의 뼈대를 만든 뒤 장작을 철사로 일일이 묶어 쌓아 올렸다.
작품에 들어간 소나무 장작은 무려 200t에 이른다.
◇ RECYCLE
'목성'에서 나와 나무 터널을 지나면 사방이 꽃으로 뒤덮인 공간이다.
작품명은 '시간의 거울-사임당이 걷던 길'. 만발한 꽃처럼 관람객들의 표정도 환해진다.
가운데 놓인 벤치에서 인증샷을 찍고 나오면 '우주정원'이 나타난다.
목수가 작업하다 남은 나무 파편들을 엮어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용돌이치는 빛을 표현했다.
나무 파편으로 만든 '우주정원'처럼 이곳에 전시된 작품은 버려질 자재를 모아 되살린 것들이 대부분이다.
굵은 체인으로 된 도르래를 엮어 만든 그물 위에 꽃으로 장식한 폐차를 얹은 작품도 있다.
대형 선박에서 쓰다 버려진 이 도르래는 통영의 폐업한 조선소에서 구한 것이다.
하늘로 승천하는 모양의 '검은 드래곤'은 420개의 재생 타이어로 만들었다.
사실 8천평에 달하는 젊은달와이파크 자체가 거대한 재생 공간이다.
이곳에는 원래 술샘 박물관이 있었다.
술이 샘솟는다는 '주천'(酒泉)이라는 지명에서 시작된 박물관이다.
2014년 야심 차게 문을 열었지만 기대만큼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영월군은 관람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박물관 옆에 건물 4개 동으로 구성된 주막거리를 조성했다.
하지만 이 지역 재래시장 상인들의 반발로 건물만 지어놓은 채 운영은 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덩그러니 방치됐던 이곳은 최옥영 작가의 손을 거쳐 작년 6월 젊은달와이파크로 재탄생했다.
기존 건물을 미술관으로 뜯어고치면서 나온 폐자재들도 모두 작품으로 탈바꿈했다.
야외에 설치된 회오리 모양의 '실버 드래곤'이나 은색 정어리 떼를 표현한 '실버피쉬'는 건물 바닥에서 철거한 온돌 파이프로 만든 것이다.
◇ 예술은 보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
'붉은 대나무'나 '목성'처럼 이곳에 있는 작품들은 관람객이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기만 하는 전시물은 아니다.
관람객이 직접 그 속에 들어가 만지고 교감하면서 즐길 수 있다.
야외에 설치된 붉은 파빌리온 역시 관람객이 즐길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간이다.
붉은 강철 파이프로 만든 거대한 구조물 곳곳에 작품이 놓여 있다.
거대한 도마뱀처럼 생긴 '거울 도마뱀' 아래 서서 올려다보면 스테인리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을 볼 수 있다.
붉은 파빌리온의 붉은색 강관이 거울에 비쳐 물결치듯 일렁이면서 도마뱀 무늬처럼 보이기도 한다.
붉은 통로를 지나면 푸른 사슴이 놓인 두 번째 파빌리온이 나온다.
공중에는 그물로 만든 거대한 거미 모양의 '스파이더 웹'이 매달려 있다.
별도의 이용료(5천원)를 내면 직접 거미 모양의 그물 안에 들어가 놀 수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그물에 누워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영월의 자연을 만끽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실내 전시와 야외 설치 작품은 하나의 동선으로 리드미컬하게 이어진다.
야외 설치 작품인 '목성'에서 나와 실내로 들어와 작품들을 구경하고 다시 야외 구조물인 붉은 파빌리온으로 올라가는 식이다.
곳곳이 포토존이어서 관람 내내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 전시관은 술샘 박물관이다.
주막거리의 건물 4개 동은 미술관으로 탈바꿈했지만, 술샘 박물관과 그 안의 전시는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