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 쓰촨성에서 악성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발생했다. 중국 정부가 교통망을 통제해 사료 공급이 중단된 후베이성에서는 양계농장의 닭 수억 마리가 굶어 죽을 위기에 처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자칫 식량 위기로 번질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 농업농촌부는 “쓰촨성 난충시 시충현에서 H5N6아형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가금류 1840마리가 폐사했다”며 “추가로 2261마리를 살처분하고 현지 농가를 통제 중”이라고 지난 9일 발표했다.

H5N6아형은 치사율이 AI 가운데 가장 높은 62.5%에 달한다. 2014~2016년 중국에서 발병했을 때는 16명이 감염돼 10명이 사망한 적도 있다. 앞서 1일에는 우한 폐렴 진원지로 지목되는 후베이성에 맞닿은 후난성에서도 H5N1형 AI가 발생해 가금류 1만780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중국 양계농가에서의 AI 발생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CNBC는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 정부가 후베이성에 대한 교통 통제를 한 이후 지역 양계농가에 사료가 공급되지 않아 닭 수억 마리가 굶어 죽게 됐다”고 보도했다. 후베이양계협회는 중국축목업협회에 “지역 양계농가의 사료 공급 상황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했다.

중국축목업협회에 따르면 후베이성은 닭 3억4800만 마리를 사육하는 중국 6위 양계지역이다. 매년 5억 개 이상의 달걀을 생산하고 있다. 후베이성 일부 농가는 하루 사료 공급량을 크게 줄이는 방식으로 ‘사료대란’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료 공급이 정상화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한 닭고기 공급부족 사태는 1분기에 이어 2분기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 양돈농가에 큰 타격을 줘 지난 수년간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자 중국 정부는 닭고기 등 가금류 생산을 장려해왔다.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된 가금류는 2200만t으로 전년 대비 12% 늘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