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대상, 국내 대신 해외투자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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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유리자산
경영·사업전략까지 개입 논란
"현금성자산으로 차입금 갚고
동남아 설비 증설하라" 요구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유리자산
경영·사업전략까지 개입 논란
"현금성자산으로 차입금 갚고
동남아 설비 증설하라" 요구
▶마켓인사이트 2월 10일 오후 2시23분
국민연금의 수탁운용사가 ‘청정원’ 등으로 유명한 종합식품기업 대상에 국내 설비투자를 줄이고 해외 설비투자를 확대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근거로 자산운용사가 배당 확대 등을 넘어 사업 및 경영 전략까지 간섭하는 상황이 늘고 있어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10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유리자산운용은 최근 대상 관계자들을 만나 사업 및 경영 전략 관련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 이른바 ‘적극적 주주 활동’에 나선 것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대상의 최대주주는 대상홀딩스(39.28%)이고 2대주주는 국민연금(11.46%)이다. 유리자산운용은 다른 자산운용사와 함께 국민연금의 자금을 수탁 운용하고 있다. 다만 유리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번 주주활동은 국민연금과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자산운용은 대상에 신규 설비투자 규모를 매출의 일정 부분으로 제한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설비투자는 줄이고 해외 설비투자를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유리자산운용은 “국내 식품시장이 성숙기 단계에 접어든 만큼 인구 및 소득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동남아시아를 더 적극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며 “동남아시아 법인의 신규 설비 증설을 통해 대상의 전반적인 수익성 향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유리자산운용은 재무 전략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대상에 전달했다. 지난해 미니스톱 지분 매각 대금과 경기 용인 물류센터 매각 대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라는 게 대표적이다. 대상은 최근 수년간 증설과 인수합병(M&A) 등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로 차입금 부담이 늘어난 상태다. 2014년 말 6229억원이던 총 차입금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8301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대상은 내부적으로 대규모 현금성 자산 보유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대상의 현금성 자산은 약 4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리자산운용이 대상에 사업 및 재무 관련 요구 사항을 전달한 것은 사업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가공식품(작년 1~3분기 61%) 부문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2014년 5%를 웃돌았지만 2017년(3.3%)과 2018년(4.1%)에는 3~4%에 머물렀다. 이와 관련, 대상은 지난해에는 영업이익률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경영계 일각에선 유리자산운용의 요구가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사업이나 경영 전략은 단순한 영업이익률 개선 문제를 넘어 국내외 영업 환경, 국내 일자리 문제 등을 두루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경영권을 인수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아닌 일반 주식형펀드 운용사인 유리자산운용이 경영 전략까지 개입하는 게 바람직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국민연금의 수탁운용사가 ‘청정원’ 등으로 유명한 종합식품기업 대상에 국내 설비투자를 줄이고 해외 설비투자를 확대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근거로 자산운용사가 배당 확대 등을 넘어 사업 및 경영 전략까지 간섭하는 상황이 늘고 있어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10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유리자산운용은 최근 대상 관계자들을 만나 사업 및 경영 전략 관련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 이른바 ‘적극적 주주 활동’에 나선 것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대상의 최대주주는 대상홀딩스(39.28%)이고 2대주주는 국민연금(11.46%)이다. 유리자산운용은 다른 자산운용사와 함께 국민연금의 자금을 수탁 운용하고 있다. 다만 유리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번 주주활동은 국민연금과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자산운용은 대상에 신규 설비투자 규모를 매출의 일정 부분으로 제한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설비투자는 줄이고 해외 설비투자를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유리자산운용은 “국내 식품시장이 성숙기 단계에 접어든 만큼 인구 및 소득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동남아시아를 더 적극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며 “동남아시아 법인의 신규 설비 증설을 통해 대상의 전반적인 수익성 향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유리자산운용은 재무 전략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대상에 전달했다. 지난해 미니스톱 지분 매각 대금과 경기 용인 물류센터 매각 대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라는 게 대표적이다. 대상은 최근 수년간 증설과 인수합병(M&A) 등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로 차입금 부담이 늘어난 상태다. 2014년 말 6229억원이던 총 차입금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8301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대상은 내부적으로 대규모 현금성 자산 보유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대상의 현금성 자산은 약 4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리자산운용이 대상에 사업 및 재무 관련 요구 사항을 전달한 것은 사업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가공식품(작년 1~3분기 61%) 부문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2014년 5%를 웃돌았지만 2017년(3.3%)과 2018년(4.1%)에는 3~4%에 머물렀다. 이와 관련, 대상은 지난해에는 영업이익률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경영계 일각에선 유리자산운용의 요구가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사업이나 경영 전략은 단순한 영업이익률 개선 문제를 넘어 국내외 영업 환경, 국내 일자리 문제 등을 두루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경영권을 인수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아닌 일반 주식형펀드 운용사인 유리자산운용이 경영 전략까지 개입하는 게 바람직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