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동 안다즈호텔이 문을 열 때 화제가 된 매장이 있다. 1층에 들어선 ‘TWG 티카페.’ 6성급 호텔 1층에 티하우스가 들어선 것은 이례적이다. 안다즈는 새로운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커피 매장에서 벗어나 ‘남들과 다른 문화’를 느끼고 ‘조용한 시간’을 찾고 싶은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TWG뿐 아니다. 국내에 티하우스가 늘어나고 있다. 해외 유명 티 브랜드가 진출하고, 곳곳에 국내 브랜드의 티하우스도 생겨나고 있다.
다만프레르
다만프레르
글로벌 브랜드 진출

안다즈 TWG 매장에 들어서면 찬장을 빼곡히 채운 노란색 틴(차 보관함)과 고급 식기가 눈길을 끈다. 자리에 앉으면 수백 가지 종류의 차 이름이 적힌 메뉴판이 보인다. 점원에게 설명을 듣고 취향에 맞는 차를 주문하자 황금빛 주전자와 하얀 찻잔이 나온다. 카페와 달리 조용하다. 싱가포르 프리미엄 티 브랜드 TWG는 티타임으로 유명한 영국의 ‘티룸(tea room)’을 본떠 ‘티하우스’를 열었다.

이런 분위기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자 프랑스식 차문화 ‘살롱 드 테’를 즐길 수 있는 티하우스도 문을 열었다.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의 서울파이낸스센터에 들어온 ‘다만프레르’다. 박태성 다만프레르 대표는 “정통 티하우스라면 최소 60가지 이상 차 종류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프레르는 세계 최초로 가향티를 제조한 프랑스 티 브랜드를 수입, 판매하고 있다. 프리미엄 티하우스가 유행하자 2018년 오프라인 점포를 냈다.

스티븐스미스티
스티븐스미스티
미국식 프리미엄 티 브랜드인 ‘스티븐스미스티’는 기아자동차와 협업해 ‘beat360’이란 전시관 1층에 티하우스를 냈다. 총 1487㎡(약 450평) 규모의 매장에서 528㎡(약 160평)를 티하우스로 쓰고 있다. 4인용 테이블을 13개만 넣어 손님 한 명당 이용하는 공간이 넓다. 중국 백차에 캐모마일 허브를 섞은 블렌딩 티가 대표 메뉴다. 이외에도 스타필드 코엑스점에 들어온 독일 브랜드 로네펠트 티하우스, 밀크티로 유명한 ‘클로리스 티룸’도 인기다.

호텔에서 퍼진 ‘애프터눈 티세트’

티를 즐기는 문화는 특급호텔에서 시작됐다. 점심과 저녁 사이에 판매하는 ‘애프터눈 티세트’가 특히 인기를 끌었다. 에프터눈 티세트는 블렌딩 차에 제철 과일로 만든 케이크를 곁들여 먹는 메뉴로 가격은 4만~5만원대다. 웨스틴조선호텔의 지난달 애프터눈 티세트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3% 증가했다.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과 롯데호텔에서도 애프터눈 티세트 매출은 매년 늘고 있다.

백화점에서도 프리미엄 티 브랜드가 인기다. 신세계백화점은 프리미엄 티 브랜드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영국 ‘포트넘앤메이슨’, 프랑스 ‘마리아쥬 프레르’를 판매하고 있다. 화려한 무늬를 새긴 다구와 함께 다양한 블렌딩 티를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달 수입 차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3%나 증가했다.

호텔·백화점 “티 블렌딩법 알려드려요”

티하우스가 인기를 끌자 호텔과 백화점 문화센터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티 교육 프로그램을 속속 내놨다.

신세계 계열의 레스케이프호텔은 지난 1일 교육 프로그램인 ‘살롱 드 레스케이프’에 티 클래스 강좌를 신설했다. 롯데백화점은 차 애호가를 위한 강좌를 마련했다. 호주 프리미엄 티 브랜드 ‘T2 티(tea)’와 협업해 티파티와 티 블렌딩 수업을 열 예정이다.

‘티소믈리에협회’도 작년까지 티 소믈리에를 4000명 이상 육성했다. 협회에선 차에 대한 교육과 함께 티 블렌딩법을 알려준다. 정승호 티소믈리에협회 대표는 “커피 한 잔만 마시는 카페와 주전자로 차를 천천히 즐기는 티하우스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며 “수백 개의 차 메뉴가 있어 초심자는 하나씩 맛보며 ‘나만의 차’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