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1917’은 촬영상·시각효과상·음향믹싱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데 그쳤다. 이 영화는 흡인력 있는 서사로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장의 참상을 보여주며 가장 강력한 작품상 후보로 꼽혀왔다. 작품상뿐만 아니라 감독상·각본상·미술상·음악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당초 주요 외신들은 ‘1917’의 다관왕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결과는 빈부격차와 계급 갈등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주제를 색다른 방식으로 다룬 영화 ‘기생충’에 밀려 주요 부문 수상을 놓쳤다.

작품상·감독상·각본상과 함께 오스카상 ‘빅5’로 꼽히는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은 호아킨 피닉스와 르네 젤위거가 각각 수상했다. 영화 ‘조커’에서 안티 히어로인 조커를 연기하며 절대 악이 탄생하는 과정을 신들린 듯 표현한 호아킨 피닉스는 생애 첫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이번 작품들 가운데 가장 많은 11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던 영화 ‘조커’는 이날 음악상까지 받으며 2관왕을 차지했다.

미국의 영화배우 겸 가수 주디 갈란드의 인생을 그린 영화 ‘주디’에서 주디 역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르네 젤위거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특별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한 영화 덕분에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남우조연상과 여우조연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브래드 피트와 ‘결혼이야기’의 로라 던이 수상했다.

영화 ‘포드 V 페라리’는 편집상과 음향편집상을 수상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은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진 못했다.
'기생충'과 경합했던 '1917', 기술 부문 3관왕에 그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