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아카데미 수상? 하던 대로 했는데…"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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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저도 계획이 있다"
칸 이어 오스카까지 접수한 '기생충'
봉준호, 수상 소감부터 차기작까지
칸 이어 오스카까지 접수한 '기생충'
봉준호, 수상 소감부터 차기작까지
'기생충' 봉준호 감독은 이번에도 덤덤했다.
영화 '기생충'이 10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영화상(이전 외국어영화상)까지 총 4개의 트로피를 차지하면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후보로 초청된 건 '기생충'이 처음이다. '기생충'은 한국영화사 101년 만에 최초로 아카데미에 공식 초청받았을 뿐 아니라 국제영화상은 물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 상까지 석권하며 2019년 최고의 작품이었음을 입증했다.
더욱이 외국어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건 92년 아카데미 역사를 통틀어서도 최초다. 전세계 영화사에 획을 그은 사건의 주인공이 됐지만 봉준호 감독은 시상식 직후 진행된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늘 하던대로 했던 것"이라며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수상이 제 일에 변화를 주진 않는다"며 "칸, 아카데미 수상 이전부터 준비해온 작품이 있다"고 밝혀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 올렸다.
다음은 백스테이지 인터뷰 전문
▲ 수상 축하한다. 어떻게 이렇게 좋은 스토리텔러, 감독이 됐나.
원래 제가 좀 이상한 사람이다. 평소 하던 대로 했다. 저 뿐 아니라 프로듀서, 작가님 모두 평소 하던 대로 했는데, 이런 놀라운 결과가 나와 아직도 얼떨떨하다. (트로피로 머리를 치는 시늉을 하며) 이렇게 하면 꿈에서 깰 거 같다. 정말 미쳤다.
▲ 앞서 글로벌 협업을 많이 진행해왔다.
전작 '옥자'라는 영화가 한미 합작 프로덕션이었다. 그 프로덕션보다 순전히 한국적인 것들로 가득찬 '기생충'으로 더 많은 반향을 얻으면서 제 주변에 있는, 가까이 있는 것을 들여다봤을 때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 어릴 적 한국에서 TV로 오스카를 지켜보던 작은 소년이 직접 수상까지 하게됐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좋아하는데, 번번히 상을 받지 못하더라. 그분은 저를 모르지만, 저는 그를 응원했고, '디파티드'라는 작품으로 상을 받았을 땐 저도 같이 환호했다. 그런 분과 함께 후보에 올라 얼떨떨했고 영광이었다.
▲ 언어의 장벽을 넘어 감동을 안기고 있다. 외국어영화로는 최초로 작품상까지 받았다.
제가 글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할 때도 (언어 장벽을) 말한 적이 있는데, 소감이 때 늦은 거 같다. 이미 장벽이 무너지고 있고, 유튜브나 스트리밍 서비스, SNS나 모든 것들이 우리를 연결한다. 외국 영화가 이런 상을 받는게 사건으로도 취급되지 않고, 모든 게 이젠 자연스러워질 거 같다.
▲ 정말 놀랍고 역사적인 밤이다. 한국에서 어떤 반응인가.
(이 질문엔 봉준호 감독이 곽신애 바른손 이앤에이 대표에게 발언권을 양보했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것도 처음이라 트로피를 1개만 가져가도 어마어마한 결과인데, 4개를 가져가는 거다. 도착했을때 어떤 반응이 나올지 상상도 안된다. 개인적으로 '제가 작품상을 받을 수 있을까' 상상했던 적이 있다. 작품상을 받으려면 (아카데미 위원들이) 저희에게 투표를 해야하는 건데, 투표 결과로 우리가 상을 받는다는 건 전 세계 영화에 자극이 되는 시작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받는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이 있는 감독으로 성장했다. 영감을 준 다른 아시아 감독들을 소개해 준다면?
김기영 감독이라고 한국의 거장이다. 영화 '하녀'를 만들었다. 마틴 스코세지가 설립한 곳에서 최근 디지털 리마스터링이 됐으니 찾아보길 바란다. 그리고 이마무라 쇼헤이, 구로사와 아키라 등 일본 영화 감독들도 있다. 대만계 이안 감독이나 훌륭한 감독들이 많다.
▲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영화인들에게 메시지를 전해달라.
인디펜던트스피릿어워드에서 룰루 왕 감독의 '페어웰'이 상을 타 행복하다. 그런데 모르겠다. 아시아, 유럽, 미국 이런 구획을 나눠 생각할 필요는 없는거 같다. 각각의 작품의 호소와 매력이 있다면, 영화의 아름다움 그 자체를 추구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 향후 계획이 있을까.
나도 계획은 있다. (영화를 만드는 게) 저도 일인데, 일을 해야하지 않겠나. 상을 받았다고 삶이 바뀔거 같지 않다. 오스카나 칸에서 상을 받기 전에 준비하던 작품이 2개 있다. 한국 영화, 영어로 된 영화 2편을 각각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 통역사(샤론 최)도 화제를 모으지 않았나.
한국에서 영화를 공부한 친구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하는데, 저도 그 시나리오가 참 궁금하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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