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보지 못한 미국인들 많아…한국문화 언급 확산"
봉준호 감독의 한국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영화 시상식을 사실상 석권한 가운데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당장 나가서 보라"고 권했다.

WP는 10일(현지시간) "기생충의 미국 박스오피스 실적은 단지 3천500만달러(약 415억원)"라며 "국제영화로서 인상적이지만, 많은 미국인이 아직 보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러니 당신이 잠에서 깨어나 '기생충' 수상 소식을 접하고도 그 영화를 잘 알지 못한다고 해서 언짢아하지는 않아도 된다"면서 "바로 나가서 영화를 보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WP는 역사를 만들어낸 '기생충'에 대해 알아야 할 사항들이 있다면서 '살인의 추억', '설국열차'를 비롯해 봉준호 감독의 과거 작품, 미국 평단의 호평, 작품상 수상의 의미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특히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일종의 '기생충 현상'을 만들어냈다고 극찬했다.

'바쁘다 바빠'…봉준호, 오늘 4번이나 오스카 무대 섰다 / 연합뉴스 (Yonhapnews)
WP는 "영화를 관람하는 미국인들이 늘어날수록, 미국인 관객들을 위해 온라인에선 한국 문화에 대한 언급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라면과 우동을 합친 '람동'(ramdong)으로 번역된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인 라면)가 중요 장면에 등장했고, 온라인에는 한국 음식 조리법이 갑작스럽게 쏟아졌다"고 전했다.

WP는 "최근 아카데미는 백인 일색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성을 갖추려고 해왔다"면서 "올해 감독상 후보에 오른 여성 감독이 없다는 점만 보더라도 갈 길이 멀지만, 이제 우리는 (미국 밖) 누구든 어디에서든 작품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이 그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WP는 별도의 기사에서 "이번 오스카의 최고 순간은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이라며 "기생충의 밤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소감이 이어지는 상황을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가 열정적인 소감을 마치자, 오스카 주최 측은 중앙무대의 마이크와 조명을 껐다.

그러자 톰 행크스를 비롯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일제히 '업(UP)!'을 외치면서 다시 한번 수상 소감을 청했고, 결국 중앙무대 조명이 다시 들어오면서 이미경 CJ 그룹 부회장(영어이름 미키 리)이 수상소감을 이어갔다.

CJ 자회사인 CJ ENM은 기생충의 투자 제작을 맡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