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점유율 애플이 절반 이상 차지하며 독주
다만 시장 경쟁 격화 예상
삼성,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올 상반기 신제품 출시
10일 시장조사전문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무선이어폰 시장은 전년 1억2000만대에서 90% 이상 성장한 2억300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애플이 '에어팟 1세대'로 무선이어폰 시장 첫 포문을 연 2016년보다 무려 230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무선이어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방증이다. '아이폰7'부터 이어폰 단자를 아예 없앴던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노트10'부터 이 추세에 동참하면서 무선이어폰이 '필수품' 반열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무선이어폰 시장을 주도해온 건 애플이다. 지난해 3월 애플은 '에어팟 2세대'에 헤드폰과 이어폰 전용으로 개발된 'H1 칩'을 탑재해 고효율 성능과 함께 더욱 빨라진 연결 시간, 더 긴 통화 시간, 인공지능(AI) 비서 '시리(Siri)' 음성 호출 기능을 제공했다. 같은해 10월에는 외부소음을 상쇄시켜 귀 안쪽에 소리를 극대화해 전달하는 노이즈 캔슬링(소음 제거) 기능을 탑재한 '에어팟 프로'를 출시했다.
이들의 인기에 힘입어 애플은 지난해만 6000만대 이상의 에어팟을 판매해 전체 무선이어폰 시장 점유율의 절반(52.4%)을 차지했다. 에어팟으로만 약 13조9000억원(12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이어 샤오미가 910만대(8.5%), 삼성전자가 740만대(6.9%)로 뒤쫓았다.
애플의 독주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024년 12억대 규모까지 늘어날 무선이어폰 시장을 후발주자인 삼성전자 샤오미 화웨이에 구글 MS 아마존까지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최근 보고서에서 "애플의 무선 이어폰 시장 점유율이 올해 42.4%, 2021년 31.9%, 2022년 26.2%, 2024년 19.3%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선이어폰 신제품이 쏟아진다. 삼성전자 신제품 '갤럭시 버즈 플러스'는 출시가 임박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020 갤럭시 언팩(공개)'을 열어 새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과 함께 갤럭시 버즈 플러스를 선보인다.
갤럭시 버즈 플러스는 배터리 용량을 높여 사용 시간을 늘리고 충전 시간, 통화 품질을 전작보다 개선한 게 특징. 배터리가 기존 58mAh(밀리암페어시)에서 85mAh까지 늘어나 최대 12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3분 충전으로 60분 사용이 가능해졌다. 마이크도 기존 2개에서 4개로 늘어나 음성 통화 품질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18만원 선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략 모델 사전구매 사은품으로 버즈를 증정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쳐온 삼성전자는 향후 애플 운영 체제인 iOS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는 등 아이폰 사용자까지 공략할 뜻을 밝혔다.
샤오미도 지난해 약 2만3000원(20달러) 규모의 '레드미 에어닷'을 출시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단 판매량 자체는 업계 2위지만 낮은 가격에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 등으로 인한 고객 이탈로 수익 제고에는 실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샤오미는 성능과 품질을 향상한 레드미 에어닷 개선작을 출시, 충성 고객을 확보해 수익성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거대 IT기업들도 음성인식이나 번역, 문서 작성 등 자사 장점을 살려 무선이어폰을 준비하고 있다. 애플 에어팟의 강력한 경쟁자로 거론되는 구글은 올해 상반기 내 머신러닝 칩을 내장한 '픽셀 버즈 2'를 출시한다. 구글 AI 어시스턴트를 활용해 음성 명령으로 길을 찾거나 실시간 외국어 번역을 하는 등 모든 조작이 가능하다. 음성 통화시 턱뼈 진동을 통해 음성을 감지하는 기술을 도입해 통화 성능도 끌어 올렸다. 가격은 약 21만원(179달러)으로 예상된다. MS 역시 올 상반기 새 무선이어폰 '서피스 이어버즈'를 내놓는다. 자사 소프트웨어인 MS 오피스, AI 음성비서 '코타나'와 연동시킨 제품이다. 아마존의 경우 지난해 음성인식 '알렉사', 노이즈 캔슬링, 생활방수 기능을 탑재한 '에코버즈'를 선보여 호평 받았다. 차세대 AI 인터페이스로 무선이어폰을 꼽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 관계자는 "무선이어폰은 스마트폰에 담긴 AI 비서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향후 스마트폰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며 "모바일 디바이스 소형화와 기능 및 성능 확대는 무선이어폰 같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별화된 서비스 등을 통해 시장 선점 방안을 꾸준히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