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매체 배니티페어 파티에 잠깐 모습 비춘 봉 감독에 장내 '술렁'
경쟁작 '작은 아씨들' 거윅 감독 "기생충 수상에 '그렇지' 외쳤다" 고백

"봉준호 감독은 대체 어딨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감독상, 작품상을 비롯해 트로피 4개를 안기고 폐막한 10일 새벽(현지시간).
야심한 시각이었지만 로스앤젤레스 베벌리 힐스의 한 파티장은 아카데미 시상식 후 발걸음을 옮겨온 내로라 하는 영화계 인사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할리우드 연예매체 '배니티 페어' 주최로 오스카 뒷풀이가 열린 이곳에는 스타 배우부터 감독, 각본가, 정치인 등 영화계 안팎 인사들이 속속 모여 들었다.

여우주연상 수상자 러네이 젤위거, 여우조연상을 탄 로라 던부터 이날 '기생충'에 밀려 국제영화상을 놓친 '페인 앤 글로리'의 감독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에 이르기까지 장내는 화려한 면면으로 채워졌다.

삼삼오오 어울려 막 끝난 영화제의 여운을 음미하고, 수상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나누고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는 왁자지껄하고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도 참석자들 모두가 궁금해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주인공으로 등극한 봉준호 감독이 이 파티에 참석했는지, 참석했다면 대체 파티장 어디에 있느냐였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지배한 것처럼, 오스카 시상식 뒷풀이에서도 참석자들의 관심은 온통 봉 감독에게 쏠렸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 전했다.
4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쥔 봉 감독과 그의 통역사로 유명해진 샤론 최가 과연 파티에 나타나 꽃미남 배우 티모시 샬라메, 스칼릿 조핸슨 같은 유명 스타들의 숭배를 받을 것인지가 이 자리의 주요 관심사였다고 WP는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기생충' 팀이 인근에서 가라오케(노래방)를 동원한 자체 뒷풀이를 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봉준호가 과연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를 궁금해 했다.

그러나 파티가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 급기야 참석자들 가운데 하나둘씩 하품을 하고, 다음 파티 행선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할 때까지 봉준호 감독은 나타나지 않았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봉이 도착했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고, '작은 아씨들'로 작품상을 놓고 봉 감독과 경쟁한 감독 그레타 거윅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봉 감독을 맞이할 채비를 했다.

파티장이 "봉! 봉! 봉!"이라는 환호성과 함께 술렁이기 시작했다.

봉준호 감독은 파티장을 떠나고 있었고, 마침내 봉 감독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은 무리 가운데에는 거윅 감독도 포함돼 있었다.

WP는 봉 감독이 배니티페어 파티에 "그의 미친(crazy) 머리카락을 흔들기에 충분한" 시간인 단 몇분만 머물렀다고 전했다.

마침내 봉준호 감독이 파티장을 떠나자 거윅 감독과 연극 '슬레이브 플레이'의 극작가인 제레미 오 해리스는 서로 부둥켜안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해리스는 "(시상식에서)봉준호와 기생충이 상을 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이 상을 탈 때마다 '맙소사'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
했다.

거윅 감독은 "그들이 상을 탈 때마다 모든 이들이 일어서서 '그렇지(Yes), 그렇지'라고 외쳤다"며 경쟁작이었던 '기생충'의 수상에 대한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