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M 규제 대폭 강화' 암초 만난 대체투자…"해외 공모리츠에도 불똥 튀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업계 비상
금감원, OEM 규제 위반 의혹
JB자산운용 현장검사에 착수
유럽지역 오피스 빌딩 사들인
미래에셋대우·하나금투 등
부동산펀드 조성에 차질 우려
금감원, OEM 규제 위반 의혹
JB자산운용 현장검사에 착수
유럽지역 오피스 빌딩 사들인
미래에셋대우·하나금투 등
부동산펀드 조성에 차질 우려
금융당국이 일명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펀드’ 규제를 해외 대체투자 비즈니스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금융투자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OEM펀드는 자산운용사가 펀드 투자자(판매사)인 은행이나 증권사 등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설정·운용하는 펀드로 불법이다. 해외 부동산을 사들인 뒤 부동산펀드에 넘기는 증권사 대체투자 관행은 물론 공모형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도 ‘OEM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펀드 OEM 소지”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87조4항 제5호와 6호에 대해 “투자자 또는 투자매매·중개업자로부터 투자 대상이나 운용 방법이 특정됐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지난달 내놓았다.
해당 조문은 운용사가 투자자나 투자매매·중개업자로부터 명령·지시·요청 등을 받아 OEM펀드를 운용하는 행위를 불건전 영업행위로 판단하고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말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후속 대책 일환으로 “현행 OEM펀드 판단 기준을 최대한 폭넓게 해석·적용하는 방식으로 OEM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당국이 강화된 OEM펀드 판단 기준으로 ‘투자 대상의 특정성 여부’를 제시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는 자기자본으로 해외 부동산을 총액 인수한 뒤 이를 쪼개서 국내외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에 다시 되팔아(셀다운) 이득을 얻는 구조로 짜여 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교직원·행정공제회 등 연기금이 증권사 물건을 사들이는 대신 직접 투자처 발굴(딜소싱)에 나서는 경우가 늘면서 이런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미처 셀다운하지 못한 물량이 쌓여 가자 증권사들은 운용사와 협업으로 출시한 해외 부동산펀드를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작년 출시된 해외 부동산펀드 중 상당수가 이런 식으로 증권사의 특정 물건을 단독 투자재산으로 담아 설정·운용되고 있다.
한 당국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특정 물건을 총액인수한 뒤 이를 특정 부동산펀드에 셀다운하는 형태의 거래는 투자 대상과 운용 방법의 특정성 측면에서 OEM 규제 위반 소지가 있다”며 “새로운 유권해석에 따라 OEM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업계 거래 관행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금융감독원은 OEM 규제 위반 의혹이 불거진 JB자산운용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JB운용이 지난해 3월 출시한 ‘JB호주NDIS’ 펀드(3200억원 규모)는 판매사인 KB증권이 호주 현지 부동산 딜소싱에서부터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모리츠도 OEM 논란 휘말려
당국이 강화된 OEM 규제 잣대를 해외 대체투자 분야에 들이대려는 의지를 내비치자 금융투자업계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미래에셋대우의 마중가타워(1조830억원), 하나금융투자의 CBX타워(5800억원) 등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지역 오피스빌딩 미매각 물량이 골칫덩어리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자칫 이를 소화해줄 부동산펀드 설정마저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미 작년 6월 말 기준 6개월 이상 매각이 지연된 증권사 보유 해외 부동산 규모가 1조9000억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종금증권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최초 공모형 해외 리츠 출시 작업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 대형 오피스인 파이낸스타워를 약 2조원에 인수했다. 이 중 약 7800억원어치는 제이알투자운용과 함께 설정하는 공모리츠에 매각할 계획이었다. 메리츠증권이 돈을 태운 자(子)리츠가 먼저 건물 지분을 인수하면 모(母)리츠인 공모리츠가 공모 자금으로 자리츠 지분을 매입하는 모자 구조로 짜여 있다. 메리츠증권은 리츠 상장주관사도 맡았다.
OEM 의혹에 메리츠증권과 제이알운용 측은 “리츠에는 자본시장법상 OEM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데다 리츠 투자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거치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운용 지시를 받을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리츠 역시 투자 집행을 실질적으로 운용사가 한다는 점에서 부동산펀드와 다를 게 없다고 본다”며 “증권사가 셀다운한 특정 물건을 받아 운용하는 OEM 구조라는 점이 추후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87조4항 제5호와 6호에 대해 “투자자 또는 투자매매·중개업자로부터 투자 대상이나 운용 방법이 특정됐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지난달 내놓았다.
해당 조문은 운용사가 투자자나 투자매매·중개업자로부터 명령·지시·요청 등을 받아 OEM펀드를 운용하는 행위를 불건전 영업행위로 판단하고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말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후속 대책 일환으로 “현행 OEM펀드 판단 기준을 최대한 폭넓게 해석·적용하는 방식으로 OEM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당국이 강화된 OEM펀드 판단 기준으로 ‘투자 대상의 특정성 여부’를 제시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는 자기자본으로 해외 부동산을 총액 인수한 뒤 이를 쪼개서 국내외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에 다시 되팔아(셀다운) 이득을 얻는 구조로 짜여 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교직원·행정공제회 등 연기금이 증권사 물건을 사들이는 대신 직접 투자처 발굴(딜소싱)에 나서는 경우가 늘면서 이런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미처 셀다운하지 못한 물량이 쌓여 가자 증권사들은 운용사와 협업으로 출시한 해외 부동산펀드를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작년 출시된 해외 부동산펀드 중 상당수가 이런 식으로 증권사의 특정 물건을 단독 투자재산으로 담아 설정·운용되고 있다.
한 당국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특정 물건을 총액인수한 뒤 이를 특정 부동산펀드에 셀다운하는 형태의 거래는 투자 대상과 운용 방법의 특정성 측면에서 OEM 규제 위반 소지가 있다”며 “새로운 유권해석에 따라 OEM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업계 거래 관행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금융감독원은 OEM 규제 위반 의혹이 불거진 JB자산운용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JB운용이 지난해 3월 출시한 ‘JB호주NDIS’ 펀드(3200억원 규모)는 판매사인 KB증권이 호주 현지 부동산 딜소싱에서부터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모리츠도 OEM 논란 휘말려
당국이 강화된 OEM 규제 잣대를 해외 대체투자 분야에 들이대려는 의지를 내비치자 금융투자업계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미래에셋대우의 마중가타워(1조830억원), 하나금융투자의 CBX타워(5800억원) 등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지역 오피스빌딩 미매각 물량이 골칫덩어리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자칫 이를 소화해줄 부동산펀드 설정마저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미 작년 6월 말 기준 6개월 이상 매각이 지연된 증권사 보유 해외 부동산 규모가 1조9000억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종금증권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최초 공모형 해외 리츠 출시 작업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 대형 오피스인 파이낸스타워를 약 2조원에 인수했다. 이 중 약 7800억원어치는 제이알투자운용과 함께 설정하는 공모리츠에 매각할 계획이었다. 메리츠증권이 돈을 태운 자(子)리츠가 먼저 건물 지분을 인수하면 모(母)리츠인 공모리츠가 공모 자금으로 자리츠 지분을 매입하는 모자 구조로 짜여 있다. 메리츠증권은 리츠 상장주관사도 맡았다.
OEM 의혹에 메리츠증권과 제이알운용 측은 “리츠에는 자본시장법상 OEM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데다 리츠 투자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거치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운용 지시를 받을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리츠 역시 투자 집행을 실질적으로 운용사가 한다는 점에서 부동산펀드와 다를 게 없다고 본다”며 “증권사가 셀다운한 특정 물건을 받아 운용하는 OEM 구조라는 점이 추후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