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20대 ‘막판 국회’가 열리는 2월 임시국회에서 숙원사업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표심’을 앞세워 국회의원들을 공략하기 용의한 데다 이달 임시국회가 지역 이해관계가 걸린 법률 제·개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기초단체를 광역시급으로 격상하는 법안, 공공기관 대학 등을 유치하는 법안을 들고 선거에 출마하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충남도의회 “혁신도시 법안 막지 말라”

김용찬 충남 행정부지사는 11일 도청 기자간담회에서 “2월 국회가 열리면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2월 임시국회를 오는 17일부터 30일간 열기로 합의했다.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27일과 다음달 5일 개최키로 했다.

충청남도의회는 이날 임시회 본회의에서 조승만 의원 등 총 13명 의원이 공동 발의한 ‘충남·대전 혁신도시 지정 저지 대구·경북지역 일부 국회의원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혁신도시 추가 지정을 위한 근거인 균특법 개정안 통과 저지 방침을 세운 대구·경북(TK) 지역 일부 국회의원을 규탄하고, 입장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허태정 대전시장과 양승조 충남지사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이종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자유한국당 의원)을 만나 산자위에 계류돼 있는 균특법 개정안 통과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해 9~10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균특법 개정안은 광역시·도에 혁신도시를 한 곳씩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광역시·도 중에서 혁신도시를 받지 못한 대전·충남이 혜택을 보기 위한 법적 근거가 된다.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 등 TK 지역 한국당 의원 네 명은 지난달 간담회를 열어 균특법 개정안을 저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충남 등에 혁신도시가 새로 들어서면 TK에 옮겨올 공공기관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창원·수원 “특례시를 총선 공약으로”

경남 창원, 경기 수원 용인 고양 등은 특례시 신설을 위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서정국 창원시 자치행정국장은 지난 10일 올해 역점시책을 발표하면서 “2020년을 ‘창원 특례시 실현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창원은 수원 용인 고양 등과 함께 2월 국회가 열리기 전에 여야 의원들을 집중적으로 접촉, 개정안 통과에 전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20대 국회 통과가 불발로 끝나면 지역구 총선 후보들에게 ‘특례시 실현’을 공약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특례시는 기초자치단체 지위는 유지하면서 광역시급 행정·재정적 권한을 가진 새로운 형태의 지자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특례시 도입을 공약했다. 정부가 지난해 3월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은 창원 수원 용인 고양 등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여야 간 정쟁으로 같은 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법안이 상정된 후 진척이 없다. 인구 100만 명에 미달하는 일부 지자체도 특례시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인구 65만 명인 전주시는 “특례시 인구 요건인 ‘100만 명 이상’을 ‘50만 명 이상’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 공공의대 설립 위해 기원제까지

전북은 공공의대법과 탄소소재법 통과에 팔을 걷어붙였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공공의대법과 탄소소재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공공의대법은 전북 남원에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내용이 골자다. 공공의대는 의료 취약지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는 조건으로 입학을 허용해 공공의료 전문인력으로 양성한다.

남원 지역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범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국회 앞에서 ‘공공의대법을 빨리 통과시켜 달라’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매일 벌이고 있다. 범대책위는 이달 국회 앞에서 남원향교 유생 100명과 함께 공공의대 설립 기원제를 지낼 계획이다.

탄소소재법 개정안은 전북에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을 신설하는 법안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전북 지역의 탄소소재법 개정안 통과 요구에 대해 “20대 국회에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