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되고 있다던 中유학생…정부·대학 모르쇠에 "사실상 방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부 “유학생 관리는 대학이 진행”
대학도 전화 외엔 뾰족한 수 없어
격리는 커녕 소재 파악도 안 돼
대학은 기숙사 수용 능력 부족…방역 ‘구멍’
대학도 전화 외엔 뾰족한 수 없어
격리는 커녕 소재 파악도 안 돼
대학은 기숙사 수용 능력 부족…방역 ‘구멍’
중국인 유학생을 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와 대학 모두 사실상 중국인 유학생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당국은 7만 명이 넘는 중국인 유학생을 일괄적으로 통제할 수 없으니 대학 측에 중국에서 들어온 유학생 현황을 파악해 보고하고, 자가격리 조치를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전화로 자가격리를 ‘독려’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유학생 관리는 대학 업무라는 정부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14일 이내 중국에서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은 1만 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지난 3일 기준으로 이전 2주 동안 중국에서 들어온 유학생은 9582명이다. 춘제(중국 설) 연휴가 지나면서 중국에서 건너온 유학생이 소폭 늘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3일 이후의 정확한 데이터를 집계 중인 교육부는 중국을 다녀온 유학생에게 2주 동안의 등교 중지와 자가격리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중국인 유학생의 자가격리 상황을 관리·감독하는 주체가 대학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이승복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각 대학이 전화나 문자 등으로 (자가격리 대상 유학생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유학생 관리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이 2000명이 넘는 서울의 한 사립대 유학업무 담당자는 10일 “대학이라고 해서 학생 한 명 한 명을 직접 찾아가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전화와 문자, 메일 등 모든 연락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연락이 닿은 중국인 유학생은 아직 50%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중국인 유학생 절반은 관리는 커녕 소재 파악도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도 “중국인 유학생은 한국에서 쓰는 휴대폰과 본토(중국)에서 쓰는 휴대폰이 다른 경우가 많다”며 “소재 파악이 안 되는 학생이 허다하고, 연락이 닿더라도 학생들이 격리 조치를 잘 따르고 있다고 말하면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가 대학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만 대학도 유학생을 제대로 관리할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중국인 유학생을 통한 감염 우려가 커지자 여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10일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손 세정제 등 방역에 필요한 물품 구매 비용을 대학에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중국에서 입국한 학생의 소재 파악과 격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中 유학생 격리 수용 한계 이르러”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실효성 있는 관리를 위해 대학들도 표면적으로는 기숙사 분리 수용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는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이후 한 달이 안 된 학생과 그 이외의 중국 지역을 방문한 지 2주가 안 된 학생을 별도의 기숙사에 수용하겠다고 이달 초 밝힌 바 있다. 연세대와 고려대, 경희대도 중국에서 입국한 중국인 유학생을 별도 기숙사에서 2주간 격리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하지만 대학 여건을 고려하면 격리가 실질적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많다.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고려대 한양대 등 일부 대학은 기숙사 수용 가능 인원보다 중국인 유학생 수가 더 많다. 다른 국적의 외국인 유학생까지 감안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우려가 있는 학생을 모두 격리해 수용하는 것은 사실상 대부분 대학에서 불가능하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주요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이 2000~3000명에 달하는데 이들을 모두 수용하기에 대학 기숙사는 어림도 없다”며 “격리공간 확보를 위해 캠퍼스 주변 레지던스까지 알아보고 있지만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상황에서 선뜻 방을 내놓는 집주인이 없다”고 토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자체·대학과 협력해 중국인 유학생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거주시설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유학생 관리는 대학 업무라는 정부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14일 이내 중국에서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은 1만 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지난 3일 기준으로 이전 2주 동안 중국에서 들어온 유학생은 9582명이다. 춘제(중국 설) 연휴가 지나면서 중국에서 건너온 유학생이 소폭 늘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3일 이후의 정확한 데이터를 집계 중인 교육부는 중국을 다녀온 유학생에게 2주 동안의 등교 중지와 자가격리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중국인 유학생의 자가격리 상황을 관리·감독하는 주체가 대학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이승복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각 대학이 전화나 문자 등으로 (자가격리 대상 유학생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유학생 관리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이 2000명이 넘는 서울의 한 사립대 유학업무 담당자는 10일 “대학이라고 해서 학생 한 명 한 명을 직접 찾아가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전화와 문자, 메일 등 모든 연락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연락이 닿은 중국인 유학생은 아직 50%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중국인 유학생 절반은 관리는 커녕 소재 파악도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도 “중국인 유학생은 한국에서 쓰는 휴대폰과 본토(중국)에서 쓰는 휴대폰이 다른 경우가 많다”며 “소재 파악이 안 되는 학생이 허다하고, 연락이 닿더라도 학생들이 격리 조치를 잘 따르고 있다고 말하면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가 대학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만 대학도 유학생을 제대로 관리할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중국인 유학생을 통한 감염 우려가 커지자 여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10일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손 세정제 등 방역에 필요한 물품 구매 비용을 대학에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중국에서 입국한 학생의 소재 파악과 격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中 유학생 격리 수용 한계 이르러”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실효성 있는 관리를 위해 대학들도 표면적으로는 기숙사 분리 수용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는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이후 한 달이 안 된 학생과 그 이외의 중국 지역을 방문한 지 2주가 안 된 학생을 별도의 기숙사에 수용하겠다고 이달 초 밝힌 바 있다. 연세대와 고려대, 경희대도 중국에서 입국한 중국인 유학생을 별도 기숙사에서 2주간 격리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하지만 대학 여건을 고려하면 격리가 실질적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많다.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고려대 한양대 등 일부 대학은 기숙사 수용 가능 인원보다 중국인 유학생 수가 더 많다. 다른 국적의 외국인 유학생까지 감안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우려가 있는 학생을 모두 격리해 수용하는 것은 사실상 대부분 대학에서 불가능하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주요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이 2000~3000명에 달하는데 이들을 모두 수용하기에 대학 기숙사는 어림도 없다”며 “격리공간 확보를 위해 캠퍼스 주변 레지던스까지 알아보고 있지만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상황에서 선뜻 방을 내놓는 집주인이 없다”고 토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자체·대학과 협력해 중국인 유학생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거주시설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