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몸값 뚝뚝…서울시는 7급 채용 검토, 농협은 대졸 5급 공채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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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3만명 시대
사내 변호사 경쟁률 치솟아
사내 변호사 경쟁률 치솟아
지난달 13일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는 제49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이 열렸다. 이들 수료생 68명의 취업률은 49.2%. 두 명 중 한 명만 취업에 성공했다. 사법연수원 측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변호사와의 경쟁과 경기침체 등으로 취업이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8회 변호사시험까지 배출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모두 1만2575명이다. 기존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와 합치면 ‘변호사 3만 명’ 시대다. 매년 1500명 이상의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취업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취업난 속에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들이 기업 대졸 공채와 공무원 채용시장으로 몰리면서 변호사 몸값도 떨어지고 있다.
서울시, 7급으로 변호사 채용 검토
변호사 몸값 추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변호사 채용 시 직급을 기존 6급에서 7급으로 낮춰 임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가 변호사 임용 때 직급을 낮춰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변호사 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변호사를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 공무원 6급으로 채용해 왔다. 도입 첫해 일반행정 6급에 현직 변호사 55명이 지원해 7.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시가 변호사를 7급으로 채용하는 것을 검토하면서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변호사단체의 반발을 우려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3년 부산시는 그해 변호사를 7급으로 채용했으나 법조계 반발로 이듬해부터는 아예 7급 변호사 채용을 포기한 바 있다. 서울시 인사과 관계자는 “모든 직렬 채용에 앞서 다양한 부분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변호사 채용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국가직 공무원을 선발하는 ‘공무원 임용시험령’에 따르면 변호사는 5급으로 채용할 수 있지만 하위 계급으로도 채용 가능하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변호사 채용 때는 경력은 보지 않고 자격증만 있으면 된다”며 “경력은 연봉을 산정할 때만 감안한다”고 말했다.
사내변호사도 경력·영어 실력 따져
국내 대기업들은 사내변호사 채용 시 ‘전문 계약직’으로 필요에 따라 수시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관련 분야 경력과 외국어 능력을 우대하는 추세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5월 해외 비즈니스 법률 자문·계약 등 분쟁사건에 대응 가능한 국제법무 변호사를 채용했다. 자격 요건으로 한국·미국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로서 중상급 이상의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요구했다. 네이버는 핀테크(금융기술) 경력 변호사를 채용하면서 ‘정보기술(IT) 유경험자는 우대한다’고 명시했다. 경력 변호사를 뽑고 있는 신한은행도 ‘금융 관련 소송 법률자문 유경험자 우대’라고 제시했다.
기업들이 이런 경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쟁률은 만만찮다. 지난해 11월 실무 경력 3년차 이상의 사내변호사 두 명을 뽑았던 한국전력에는 14명이 지원해 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한전 인사부 관계자는 “전문직 채용은 평균 7~8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대졸 공채 지원도 늘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몸값을 낮춰 대졸 공채에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농협은행은 작년 하반기부터 5급 대졸 공채 때 변호사 등 전문자격증 소지자도 함께 뽑는다. 입사 후 직급, 연봉 등 처우는 대졸 신입사원과 동일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공채 때마다 변호사 등 전문직 자격증 소지자가 수십 명씩 지원한다”고 전했다.
롯데는 ‘사법고시 합격자는 과장급, 로스쿨 변호사는 대리급’ 채용이라는 내부 기준을 두고 선발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 관계자는 “채용 회사의 상황과 지원자 경력 등을 고려해 직급 및 처우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 계약직 채용이 아닌 공채 지원 때는 일반 대졸 지원자와 동일한 채용 절차를 거친다. 이달 채용을 진행 중인 SK렌터카는 2년 이하 경력 변호사 한 명을 채용하면서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1·2차 면접(변호사 소양 평가)’ 등 일반 공채와 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공채 때 지원한 변호사는 5급 채용과 같은 절차(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를 거쳐야 한다”며 “하지만 전문자격증 지원자끼리의 경쟁이어서 경쟁률은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스쿨 변호사가 늘면서 변호사들의 취업처도 로펌에서 기업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호사들이 송무 중심에서 벗어나 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외국어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지난해 8회 변호사시험까지 배출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모두 1만2575명이다. 기존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와 합치면 ‘변호사 3만 명’ 시대다. 매년 1500명 이상의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취업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취업난 속에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들이 기업 대졸 공채와 공무원 채용시장으로 몰리면서 변호사 몸값도 떨어지고 있다.
서울시, 7급으로 변호사 채용 검토
변호사 몸값 추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변호사 채용 시 직급을 기존 6급에서 7급으로 낮춰 임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가 변호사 임용 때 직급을 낮춰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변호사 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변호사를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 공무원 6급으로 채용해 왔다. 도입 첫해 일반행정 6급에 현직 변호사 55명이 지원해 7.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시가 변호사를 7급으로 채용하는 것을 검토하면서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변호사단체의 반발을 우려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3년 부산시는 그해 변호사를 7급으로 채용했으나 법조계 반발로 이듬해부터는 아예 7급 변호사 채용을 포기한 바 있다. 서울시 인사과 관계자는 “모든 직렬 채용에 앞서 다양한 부분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변호사 채용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국가직 공무원을 선발하는 ‘공무원 임용시험령’에 따르면 변호사는 5급으로 채용할 수 있지만 하위 계급으로도 채용 가능하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변호사 채용 때는 경력은 보지 않고 자격증만 있으면 된다”며 “경력은 연봉을 산정할 때만 감안한다”고 말했다.
사내변호사도 경력·영어 실력 따져
국내 대기업들은 사내변호사 채용 시 ‘전문 계약직’으로 필요에 따라 수시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관련 분야 경력과 외국어 능력을 우대하는 추세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5월 해외 비즈니스 법률 자문·계약 등 분쟁사건에 대응 가능한 국제법무 변호사를 채용했다. 자격 요건으로 한국·미국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로서 중상급 이상의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요구했다. 네이버는 핀테크(금융기술) 경력 변호사를 채용하면서 ‘정보기술(IT) 유경험자는 우대한다’고 명시했다. 경력 변호사를 뽑고 있는 신한은행도 ‘금융 관련 소송 법률자문 유경험자 우대’라고 제시했다.
기업들이 이런 경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쟁률은 만만찮다. 지난해 11월 실무 경력 3년차 이상의 사내변호사 두 명을 뽑았던 한국전력에는 14명이 지원해 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한전 인사부 관계자는 “전문직 채용은 평균 7~8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대졸 공채 지원도 늘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몸값을 낮춰 대졸 공채에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농협은행은 작년 하반기부터 5급 대졸 공채 때 변호사 등 전문자격증 소지자도 함께 뽑는다. 입사 후 직급, 연봉 등 처우는 대졸 신입사원과 동일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공채 때마다 변호사 등 전문직 자격증 소지자가 수십 명씩 지원한다”고 전했다.
롯데는 ‘사법고시 합격자는 과장급, 로스쿨 변호사는 대리급’ 채용이라는 내부 기준을 두고 선발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 관계자는 “채용 회사의 상황과 지원자 경력 등을 고려해 직급 및 처우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 계약직 채용이 아닌 공채 지원 때는 일반 대졸 지원자와 동일한 채용 절차를 거친다. 이달 채용을 진행 중인 SK렌터카는 2년 이하 경력 변호사 한 명을 채용하면서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1·2차 면접(변호사 소양 평가)’ 등 일반 공채와 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공채 때 지원한 변호사는 5급 채용과 같은 절차(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를 거쳐야 한다”며 “하지만 전문자격증 지원자끼리의 경쟁이어서 경쟁률은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스쿨 변호사가 늘면서 변호사들의 취업처도 로펌에서 기업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호사들이 송무 중심에서 벗어나 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외국어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