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우리금융지주가 신임 우리은행장 후보 추천을 강행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중징계로 촉발된 금융감독원과의 갈등도 장기화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 진행은 금감원 DLF 제재에 대한 반발이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의 연임 강행 의지로 해석된다. 우리은행에 대한 고객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 제재와 종합검사 등 금감원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전날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로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를 확정했다. 권 대표는 다음 달 24일 열리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임기를 시작한다.

이번 결정은 우리금융이 손 회장 연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조직 안정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행장이 결정되면서 지주 회장과 행장 겸직 체제 분리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행장 겸직 부담을 덜어낸 손 회장은 지주 체제 2년째에 접어든 우리금융을 '종합금융그룹'으로 만들겠다는 목표에 집중한다. 증권사와 보험사를 적극 인수해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 심의와 우리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종합검사가 남아 있어 손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은 손 회장의 행장 겸직 시기에 일어난 만큼 금감원이 손 회장에 대한 추가 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
금융정의연대와 DLF피해자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제재 관련 은행장 해임요청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정의연대와 DLF피해자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제재 관련 은행장 해임요청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금융은 금감원의 DLF 중징계 결정에도 손 회장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비밀번호 무단 도용건으로 금감원의 손 회장에 대한 추가 징계가 나온다면 부담이 커진다. 일부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힌 DLF 사태와 달리 비밀번호 도용 사건은 피해자가 4만명에 달한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24조)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은 DLF 사태와 달리 비밀번호 도용 사건은 개인정보보호법(19조)과 전자금융거래법(26조) 위반에 해당한다. 다만 경영진 처벌의 근거로는 동일하게 '내부 통제 마련 의무' 미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이 비밀번호 도용 사건의 책임으로 손 회장에게 중징계 이상의 처벌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리금융은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된 건으로 정보 유출이나 금전적 피해 사실은 없다"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 등이 마무리됐다는 점도 피력 중이다.

금감원의 반격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올해 진행되는 우리은행 종합검사를 반격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감원은 DLF 사태와 관련해 감독 소홀의 비판을 받고 있다. 비밀번호 도용 사건 역시 1년 넘게 특별한 조치를 내리지 않다가 뒤늦게 제재심을 연다는 지적이 있다.

윤진우/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