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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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에 진입한다는 예측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은 ‘불황은 잠시뿐’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현실이 돼가고 있다. 국내 기업의 연 매출 증가율은 2011년 15.3%에서 2018년 1.3%로 뚝 떨어졌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도 5.3%에서 4.1%로 하락했다.

디지털이 제품과 기업에 침투하면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모방이 빨라지고, 혁신과 차별성의 유효기간은 짧아졌다. 시장 전환도 급격해졌다. 과거의 느린 의사결정 방식으로는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 분명하다.

장기 불황과 대전환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늘 새로운 투자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 제조 기업들은 이를 위해 전략적인 재료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조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사내에 퍼져 있는 관성과 상식을 재검토해 보자. 많은 기업이 제품 기술에 대한 외부 통찰을 외면한다. 제품설계 조직은 사내 다른 조직의 의견을 배척하기도 한다. 품질통제 절차와 기밀 유지, 분야별 전문성 존중 등 ‘선의의 풍토’가 조직 간 장벽을 구축하기도 한다. 따라서 제품 설계가 시장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반영하는지 포괄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제품 기술의 차별성이 판매에 기여했는지, 재료비 투자 가치가 있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둘째, 관성을 무너뜨리되 시대와 업종을 뛰어넘는 기본 원칙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제품 경쟁력 향상과 단위 원가 및 재고비용·운전자본 절감, 자원 회전율 향상 등은 황금률이다. 각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관리해야 한다.

셋째, 명확하고 계량적인 계획과 실행을 위한 과학적 접근법이 필요하다. 예컨대 커니의 방법론 중에는 ‘선형 부품계획법’이라는 게 있다. 원재료가 같은 부품은 중량과 가공 수준에 따라 원가가 회귀한다는 분석이다. 공급 단위, 원재료 조달처 변경 여부 등 다양한 절감 기회의 단서를 제공한다. 고객 니즈와 기능의 필요성을 판단할 때도 단순히 호불호를 묻는 피상적 조사가 아닌 상대적 우선순위와 경합 상황의 의사결정을 묻는 결합 분석 기법 등이 필요하다.

넷째, 원가 절감에 대한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원가 절감은 상당히 피로하고 긴 여정이다. 절감 방향과 수준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완수가 어렵다. 절감 공동 주체인 공급사도 그 열매를 공유해야 하며, 임직원들에게 목표달성이 개인의 혜택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따라서 절감 성과에 따른 보상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새로운 실행조직과 목소리가 필요하다. 협의 주체였던 담당자가 ‘한 번 더’를 요구하면 기존 협력사의 감정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기존 팀만의 일’이라며 외면당할 수도 있다. 새로운 전사적 조직을 만들어 절감 여정에 활기를 돋워야 한다.

혁신·차별화 '유효기한' 더 짧아져…원가절감을 기업문화로 만들어야
최적화된 기능과 사양, 고객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제품 및 세대 간 부품 공용화 수준 향상, 계획-실행 격차의 가시성 확보가 원가 경쟁력의 ‘기초 공사’다. 과학적 방법론이 최선의 도구이며, 기업 문화 쇄신이 생명력이다. 한국 기업들이 본원적 경쟁력 재정비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번 약진하기를 기대해본다.

오용석 커니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