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업고 맥주부문 7년 만에 흑자…참이슬·진로 '국민소주' 굳혀
하이트진로는 국내 1위 소주업체이자 2위 맥주업체다. 조선맥주회사가 전신으로, 초창기에는 크라운맥주를 주력 제품으로 판매했다. 1993년 하이트맥주를 출시했고, 2005년 진로의 소주부문(참이슬)을 인수하며 지금의 사업 구조를 갖췄다.

1993년 하이트맥주의 성공 이후 2006년까지 맥주 점유율 상승을 이어갔지만 이후 연이은 신제품 실패와 카스의 점유율 역전으로 지난 10년간 실적 감소 구간을 겪었다. 소주는 참이슬이 수도권 시장을 처음처럼에 빼앗기며 지방으로 밀려나는 추세였다.

부진한 실적의 터널 끝,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출시한 신제품 테라와 진로이즈백의 성공으로 2020년 맥주·소주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경쟁사인 OB맥주의 주력 제품인 카스가 독주하던 국내 맥주 시장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테라는 출시 첫달 40만 상자를 판매한 이후 90만 상자, 140만 상자로 판매량을 늘렸다. 작년 12월 기준 250만 상자로 고성장을 달성했으며 올해 1월 280만 상자를 판매하며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또 한번 최고치를 넘어섰다. 월 기준 1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출시 6개월 만에 두 자릿수의 점유율을 달성하는 등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기존 주력 제품인 하이트의 잠식 효과도 있지만 하이트진로의 국내 맥주 합산 기준은 한 자릿수 후반대의 성장을 지난해 8월부터 이어오고 있다. 서울 주요 상권(여의도·강남·홍대) 설문 조사 결과 테라와 카스 판매 비율은 60 대 40으로 나타났다. 서울 주요 상권이 전국 점유율을 선행하는 특성을 감안하면 3~4년 내 점유율 1위 제품으로 성장하는 모습도 기대할 수 있다.

맥주 점유율 확대는 하이트진로의 실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투자 포인트다. 2018년 기준 맥주 가동률은 40%를 밑돌며 부진했고 맥주 부문 영업이익률은 -3%를 기록했다. 2018년 맥주 1위인 OB맥주의 영업이익률 30%와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하이트진로의 올해 맥주 점유율은 테라의 성공에 따라 40%가 예상된다. 가동률은 55~60%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맥주 부문은 7년 만에 흑자 달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하이트진로의 소주사업부도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 격이다. 소주 시장은 전통적으로 참이슬이 1위 자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도전과 응전의 역사가 반복됐다. 2006년 처음처럼의 출시와 알칼리환원수 소주의 폭발적인 인기로 참이슬의 아성이 흔들렸다.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처음처럼이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했고 참이슬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밀려나는 상황이었다.

처음처럼의 성공이 하이트진로에 모두 부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처음처럼의 출시와 함께 부드러운 소주, 낮은 도수 소주 트렌드가 형성됐으며 20도를 넘던 도수가 점점 낮아져 2011년에는 19도에 이르렀다. 도수 인하 초기에는 기존 소주 대비 맛이 약하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소비자들이 점차 낮아진 도수에 적응하며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소주 저도주화는 주력 소비층의 변화와 수도권 소주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했다. 소주 저도주화로 음용층이 여성과 젊은 층으로 확대됐고 특히 지방에서 수도권 소주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 지방 소주 업체들은 자도주법의 보호 아래 지방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질 수 있었고 자도주법 폐지 이후에도 지방 소비자들의 지역 소주 충성도가 더해지며 시장 내 지위가 확고했다. 새롭게 부상한 젊은 층은 기존 중·장년층 대비 지역 소주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낮다. 처음처럼이 수도권에서 약진하는 가운데도 참이슬이 지방 침투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4월 출시한 진로이즈백도 소비자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물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과거 디자인을 복원하면서 맛은 기존 참이슬보다 부드러운 소주를 표방한다. 알코올도수가 0.1% 낮은 제품으로 지방 소주인 좋은데이와 대선을 겨냥했다. 초기 판매 목표는 연간 100만 상자로 설정했으나 작년 12월 월 기준 100만 상자 판매를 돌파했고 올해 1월 130만 상자를 달성하며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부드러운 소주를 내세운다는 특징에서 기존 참이슬 제품의 잠식 효과도 제한적이다. 참이슬이 경쟁사 점유율을 흡수하며 5~6% 성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진로이즈백 매출이 더해지는 점이 긍정적이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
김정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
하이트진로에는 맥주·소주 신제품 성공 외에 정책 호재도 있다. 주류세 변화와 판매 장려금 규제가 그것이다. 그동안 국내 맥주가 수입 맥주보다 높은 세율로 역차별 상황에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종량세로 개편되며 국내 맥주와 수입 맥주의 세금이 동일해졌다.

6414@merit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