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통계 기준을 바꾸면서 하루 사이에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를 믿을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공식 통계에 포함하지 않고 숨겨온 환자를 한꺼번에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中, 진단기준 바꾸자 우한 확진자 10배 ↑…베트남은 하노이 인근 봉쇄
중국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는 13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4만8206명, 사망자는 1310명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가 1만4840명, 사망자는 242명 늘었다. 신규 확진자는 전날의 1638명보다 10배 가까이 급증했고 사망자도 94명에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우한만 기준으로 하면 확진자는 1만3436명, 사망자는 216명 증가했다. 우한의 확진자도 하루 만에 10배 늘었다. 중국 전체로는 확진자가 1만5152명, 사망자가 254명 늘었다. 중국 전체의 누적 확진자는 5만9804명, 사망자는 1367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통계 기준을 수정했기 때문이라고 후베이성 당국은 설명했다. 그동안 코로나19와 관련해 다른 지역은 의심환자와 확진자로 분류한 반면, 후베이성은 ‘임상진단병례’까지 총 세 가지로 나눈 뒤 핵산 검출 방식을 통해 양성 반응이 나온 사람만 확진자로 분류했다. 하지만 12일부터는 임상진단 환자도 확진자에 포함시켰다. 이는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폐렴 증상을 보이면 의사가 확진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의심환자로 분류됐던 1만3332명이 확진자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기존엔 폐렴 소견을 보인 사람만 검사해 확진환자로 인정했는데 새로운 기준에 따라 후베이성은 폐렴 소견이 없더라도 검사를 가능하게 했고 이 때문에 환자가 추가된 것 같다”고 했다. 사망자가 급증한 것도 임상진단결과 의심환자로 분류됐던 사람이 숨진 사례를 포함시킨 결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문가들이 중국 보건당국 공식 통계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닐 퍼거슨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교수는 “중국이 중증 환자에 대해서만 확진 판정을 내리고 있다”며 “실제 사망자와 확진자 수에서 10% 정도만 공식 통계에 포함돼 있으며 우한은 환자 19명 중 1명 정도만 공식 통계에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이날 우한에 군 의료진 2600명을 추가 투입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이들 군 의료진은 860개 병상이 있는 타이캉 퉁지의원과 700개 병상의 후베이성 푸유보건원 광구원구에 배치돼 환자를 치료할 예정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세 차례에 걸쳐 4000여 명의 군 의료진을 우한에 파견했다.

코로나19 초기 대처 실패와 정보 은폐 등으로 민심이 들끓자 중국 공산당은 이날 장차오량 후베이성 당서기와 마궈창 우한시 당서기를 동시에 경질했다. 후베이성 당서기에는 잉융 상하이시장이, 우한시 당서기엔 왕중린 산둥성 지난시장이 임명됐다.

후베이성의 코로나19 방역 지휘본부는 지난 12일 지역 내 모든 학교 개학과 기업 및 공장의 업무 재개를 이달 20일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한 차례 13일로 연기한 데 이어 재차 미룬 것이다. 방역 지휘본부는 “코로나19의 확산 추이에 따라 연기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수도 하노이 인근 지역인 손로이를 봉쇄했다. 중국 외 국가에서 봉쇄 조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보건부는 “13일부터 손로이를 20일간 봉쇄 격리하고 긴급 방역 조치를 할 것”이라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손로이는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약 40㎞ 거리에 있다. 농촌 마을 여럿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약 1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16명 중 6명이 이 지역에 살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선한결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