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린 아르헨티나 정부가 최대 채권자인 국제통화기금(IMF)과 채무 조정 협상을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해 8월 1000억달러에 이르는 채무 상환을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440억달러는 IMF에서 빌린 돈이다.

1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IMF 협상 대표단은 이날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해 아르헨티나 정부와 채무 상환 논의를 시작했다. 협상은 오는 19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IMF 대변인은 “이번 방문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경제 정책과 전망에 관한 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는 지속된 경기 침체와 치솟는 물가, 페소화 가치 추락 등으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승리하자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며 금융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그동안 부채 상환 의지를 내보였지만, 최근 IMF와 협상을 앞두고 채무 상환을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7~2015년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지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돈을 갚기 위해서는 먼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상당 수준의 헤어컷(채무 삭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IMF에 과도한 긴축을 약속하지 않으면서도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IMF와의 협상은 이후 다른 채권자들과의 협상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이달 초에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와 마르틴 구스만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이 만나 사전 논의를 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채무 재조정을 매듭짓고 경제 성장에 집중하겠다며 자체 협상 시한을 다음달 말로 설정했다. 알베르토 라모스 골드만삭스 중남미 담당 애널리스트는 “IMF 도움을 얻기 위해서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2∼3년 내에 재정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