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치료제 없는 '기생충' 바이러스 감염…오스카 여세 몰아 흑백판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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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더 강렬해진 '기생충: 흑백판'…26일 개봉 확정
전 세계 '기생충' 열풍에 몸살
북미·영국·일 박스오피스 상위권
전 세계 '기생충' 열풍에 몸살
북미·영국·일 박스오피스 상위권
아카데미 4관왕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흑백판이 26일 개봉한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13일 "'기생충:흑백판'은 극장 개봉을 통해,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흑백만의 미묘한 아름다움과 함께 '기생충'의 강렬함을 새롭게 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봉준호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이 한 장면, 한 장면씩 콘트라스트와 톤을 조절하는 작업을 거친 '기생충' 흑백판은 컬러와는 또 다른 느낌의 영화를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포스터는 배우들의 눈을 가린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전 세계적인 패러디 열풍을 일으킨 오리지널 포스터의 흑백 버전이다. 표정도 속내도 읽을 수 없는 극과 극 가족들의 모습과 한구석에 누운 의문의 다리는 두 가족 앞에 펼쳐질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을 더욱 강렬하게 보여준다. 웃음과 긴장감, 슬픔까지 담아낸 '가족 희비극'이라는 장르를 색다르게 즐기게 할 것을 예고한다.
봉준호 감독의 길고 길었던 수상 레이스는 오스카 4관왕 대미를 장식하며 막을 내렸지만 '기생충' 신드롬은 더욱 파급력이 커졌다.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기생충은 전날 하루에만 15만6858유로(약 2억원)를 쓸어 담으며 현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기생충이 이탈리아에서 벌어들인 총수입은 255만 9976유로(약 33억원)에 달한다. 현재 현지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코미디 영화 ‘여름이 싫어'(Odio l’estate)도 기생충의 기세에 밀리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2003년 연출한 ‘살인의 추억’도 개봉할 예정이다.
북미에서도 ‘오스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북미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이틀째 북미 박스오피스 4위를 지켰다. 66만1099달러(7억8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전날보다 31.9%, 지난주보다는 192.7% 늘어난 액수다.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다음 날인 10일 5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12위에서 4위로 순위가 껑충 뛰었다.
베트남에서는 오는 17일 ‘기생충’을 재개봉한다. CJ ENM 베트남 법인은 “베트남 전역 80~100개 상영관에서 ‘기생충’을 재개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J ENM 베트남 법인 관계자는 “지난 10일 오후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계정에 ‘기생충’ 재개봉 소식을 올렸는데 이미 2천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고, 다시 보러 가고 싶다는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영화 팬들도 '기생충'이 알려온 쾌거에 재관람으로 화답하고 있다.
지난 10일 국내에서도 재개봉한 ‘기생충’은 1만 2601명을 불러모으며 이틀 연속(11~12일) 박스오피스 5위를 차지했다.
좌석판매율은 36.8%로 현재 개봉 영화 가운데 가장 높다. 실시간 예매율도 3위를 기록하는 등 놀라운 기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에 약 100억 원의 홍보비를 쏟아부으며 '기생충'의 후원자 역할을 톡톡히 했던 이미경 CJ부회장의 선구안이 빛을 발하는 시점이다. 이 부회장은 미국 연예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기생충’ 수상이 CJ의 할리우드 전략에 어떤 영향을 줄거냐는 질문에 “좀 더 특화되고, 섬세한 전략을 취해야만 할 때”라며 “새로운 것을 하기보다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사람들이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때이고 지금이 정말 좋은 기회”라고도 말했다.
봉 감독의 바람대로 전 세계 상영관에서 '자막의 장벽'이 사라졌으며 관객들은 '기생충'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