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이사장 자격요건 강화를 골자로 한 한국상조공제조합(한상공)의 정관 개정안을 13일 인가했다. 한상공은 2018년 공정위 출신 이사장이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하지만 바뀐 정관을 통해 공정위 출신이 이사장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오히려 명확히 해 ‘밥그릇 챙기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상공은 할부거래법에 따라 상조업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2010년 설립됐다. 공정위가 이날 인가한 한상공 정관 개정안을 보면 이사장 자격요건은 △소비자보호 또는 공정거래 분야 4급 이상 공무원 △소비자원 또는 공정거래조정원 임원 이상 △변호사 또는 공인회계사 자격증 보유자 △대학 또는 정부 출연기관에서 부교수, 책임연구원 이상으로 소비자 보호 분야 또는 금융 분야를 전공한 자 등이다. 이 중 한 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이사장이 될 수 있다.

소비자보호와 공정거래 분야 담당 부처는 공정위다. 소비자원과 공정거래조정원에도 공정위 출신이 파견을 나간다. 자격요건이 공정위 공무원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상공은 그동안 정관에 이사장 자격요건을 따로 명시하지 않다가 이번에 요건을 신설했다.

그동안 한상공 이사장을 거친 4명 중 초대 이사장인 정창수 전 에이스 대표를 제외하면 모두 공정위 출신이다. 4대 이사장이었던 박제현 전 이사장은 교육훈련비로 책정한 예산 중 일부를 자신의 대학 최고위과정 등록금으로 유용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2018년 사임했다. 이후 오준오 보람상조 대표가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박 전 이사장은 공정위에서 제조하도급개선과장 등을 거쳤다. 공정위 관계자는 “박 전 이사장이 퇴임한 뒤 논란이 된 사항을 수차례 조사하고 감사를 진행했다”며 “이를 통해 한상공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후속 조치를 요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바뀐 정관에는 이사장의 고정급여를 폐지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대신 성과급과 활동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박 전 이사장은 고정급여와 성과급 등으로 1년에 2억2800만원을 받아 국회 국정감사에서 고액 연봉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새 정관은 어떤 상조회사가 새로 조합에 가입하려면 이사회 심의와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임원 성과급, 공제 규정 변경, 조합원 가입 등도 총회 의결 사항으로 명시됐다. 과도한 수당 지급 등을 막고 조합의 투명한 운영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