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SBI저축은행과 손을 잡았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제휴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업권이 달라 이용 고객군이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빠르게 제휴처를 늘리고 있다. ‘이자 장사’를 넘어 콘텐츠를 파는 새로운 사업 형태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축은행 고객도 환영”

하나은행은 SBI저축은행과 해외 송금 및 외화환전 서비스 협력에 관한 업무제휴(MOU)를 맺었다고 13일 발표했다. SBI저축은행의 모바일 앱 사이다뱅킹을 통해 하나은행의 해외 송금 및 외화환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연내 출시를 목표로 잡았다.

제휴 서비스가 시작되면 SBI저축은행 이용자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하나은행의 해외 송금, 외화환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24시간 세계 200여 개국에 송금할 수 있다. 그동안 SBI저축은행에선 해외 송금이 불가능했다. 저축은행(자본금 1조원 이상)에 해외 송금 사업이 허용된 것은 지난해 5월부터다. SBI저축은행은 이번 제휴를 통해 빠르면서도 체계적인 서비스를 간접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SBI저축은행 이용자의 해외 송금, 환전 수수료 중 상당액은 하나은행의 수익으로 돌아간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이용자를 확보하고, 서비스 영향력을 넓힐 기회”라며 “핀테크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키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업권 넘나들며 제휴 늘린다

하나은행은 요즘 업권을 가리지 않고 제휴를 늘리는 데 몰두하고 있다. 최근 1년간 상품 또는 서비스 제휴에 나선 사례는 120여 건이다. 지난해 3월 간편송금 앱 토스와 제휴 적금상품을 출시한 게 시작이었다. 이때 하나은행은 ‘제휴의 맛’을 봤다. 당시 제휴를 통해 개설된 계좌는 3개월 만에 8만8000여 건을 넘었다. 은행권에선 한 달에 2만 건 이상 계좌가 개설된 적금상품을 성공작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5월엔 차량공유서비스 타다의 모바일 앱을 통해 소액대출을 받으면 0.5%포인트 금리 할인을 제공하는 혜택을 선보였다. 이후 CJ헬로(현 LG헬로)의 알뜰폰 브랜드인 헬로모바일과 연계한 적금상품을 내놨고, 간편결제 앱 페이코와는 해외 송금 서비스 연계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반려동물 쇼핑몰 닥터브리즈,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 앱 시럽 등과도 제휴 적금을 출시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3월부터 제휴처를 통해 판매한 적금 계좌는 17만2000건이다.

하나은행이 제휴에 나선 1차 목표는 신규 이용자 확보다. 하나은행은 국내 5대 은행 중 국내 영업점 수가 가장 적다. 농협은행(1139곳)이 가장 많고 국민은행(1045곳) 신한은행(880곳) 우리은행(874곳) 하나은행(745곳) 순이다.

다른 업권과의 제휴는 영업점 등 전통적인 영업 기반에 얽매이지 않고 이용자를 유치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수단으로 꼽힌다. 영업점을 활용하는 것보다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도 적은 편이다. 특정 제휴처의 충성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노출하는 광고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포화된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고객군을 창출하려면 다른 업권과의 제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