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이후 관련 일자리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기업들의 주가도 폭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곳곳에서 근본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통계를 인용해 미국 1차 금속제조업의 일자리 수가 지난 1월 1일 기준 37만3600개로 수입 철강에 25%, 수입 알루미늄에 10%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던 2018년 3월 1일 당시 37만5900개보다 줄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철강 관세가 슬래브 등 수입 반제품에 의존하던 상당수 미국 철강회사에 직접적 피해를 입힌 탓”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철강업계는 그동안 인도, 멕시코 등에서 슬래브 등을 수입해 썼는데 여기에 관세가 매겨지면서 원가가 올랐다는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으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제조업이 동반 침체되면서 자동차 등 후방산업에서의 금속 수요가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관세 초기 급등했던 철강·알루미늄 제품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US스틸은 지난해 12월 실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디트로이트 인근 제련공장을 폐쇄하고 임직원 15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 주가는 관세 부과가 시작됐던 2018년 3월 1일 46.01달러로 7년 내 최고치로 치솟았지만 지금은 9.12달러로 그때보다 80%가량 폭락한 상태다. 또 미국 최대 전기로 업체인 누코 주가는 최고점에서 31% 떨어졌으며, 미국 최대 알루미늄 업체인 알코라 주가도 2018년 4월 정점에서 74% 하락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미국의 유럽연합(EU)에 대한 위스키 수출도 지난해 27% 급감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미국이 유럽산 철강과 스카치위스키 등에 부과한 관세에 대응해 EU가 미국 고도주에 보복관세를 매긴 여파다. 미 위스키업계 관계자는 CNBC에 “매출 감소뿐 아니라 미국 위스키의 평판이 떨어지는 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